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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세월호가 떠오르는 까닭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5-11 17: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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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이준석 선장은 4월12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적절한 시점의 퇴선명령만으로도 상당수 피해자의 탈출과 생존이 가능했다”며 “그런데도 선내 대기명령을 내린 채 자신은 해경 경비정으로 퇴선해 결국 승객들이 자신의 힘으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결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세월호가 떠오르는 까닭  
▲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이준석 선장에게 살인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대형 인명사고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된 대법원 첫 사례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위의 의도보다 그 행위가 초래한 결과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면 제 살 궁리부터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준석 선장처럼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생명까지 책임지는 입장에 있는 경우, 행위에 의한 피해 정도가 막대하다면 ‘작위’가 아니라 설령 ‘부작위’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용납될 수 없다. 그만큼 책임을 지는 자리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만 세월호가 떠오른다. 세월호 2주기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구멍 뚫린 배가 시시각각 가라앉고 있는데도 선장은 “가만히 있으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물론이고 정작 선장은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 나가 살아남았다. 대법원 판결결과를 놓고 보면 책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의 정도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법의 문’ 앞에 세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논의가 정부와 금융권, 기업들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채가 18조6천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7000%를 넘었다.

한진해운은 부채가 5조6천억 원, 부채비율이 847%다. 현대상선은 부채가 5조6천억 원, 부채비율이 2000%가 넘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주인이 산업은행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해운·조선사에 대출한 금액만 8조원 이상, 수출입은행은 12조 원 대에 이른다.

여기서 잠시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자. 지인 중 한 사람이 자영업을 해보겠다며 회전초밥집을 차렸다. 그는 가진 거라곤 30평대 아파트 한 채 밖에 없었고 당연히 집담보 대출을 받아 초기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솜씨 좋은 주방장도 구했고 자신도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손등이 다 트도록 설거지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했다. 처음엔 장사도 제법 잘 됐다.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실과 노력도 허사가 되는 것이 자영업이다.

개업한지 몇 달 만에 비브리오패혈증이 대유행했다. 전국에 날것 주의보가 내려졌으니 회전초밥집이 잘 될 턱이 없었다. 몇 달 동안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리다보니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애초에 은행 빚으로 시작했으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고 경영난 와중에도 가겟세와 종업원 인건비, 재료비도 꼬박꼬박 내야했다.

지인은 불과 1년 만에 20년 넘게 모아둔 전 재산을 날렸다. 은행에서 채권압류가 들어와 집을 날린 것은 물론이다. 하루 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됐고 사업 정리 막바지 몇 달치 체불임금과 거래처 미지급 대금으로 고발되는 처지로 내몰려 나중에 형사처벌도 받았다. 

돈을 빌려준 은행직원이나 고발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관 앞에서 "식중독이 유행해서 갑자기 장사가 안됐다"거나 "장사가 안돼 나도 월급 한푼 안받고 일했다"는 변명이 통할 리 만무했다. 

전국에 이런 자영업자가 어디 한둘이랴. ‘대마불사(大馬不死)’란 말이 다시 뜨고 있다.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영어로 ‘Too big to fail’이라고 번역한다. 너무 큰 회사가 망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절대 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회사만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큰 도둑은 잡히는 법이 드물다.

정부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구조조정을 몰아치고 있다. 부실대출이 수십조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방관했거나 방조했던 관련자들 책임은 묻지도 않는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저의가 의심받는 이유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최근 사태는 부실이 몇 년간 심화했음에도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면서 방치한 결과”라며 “대주주와 경영진이 책임도 지지 않고 계열사 부실을 떠안거나 우량 계열사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세월호가 떠오르는 까닭  
▲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장.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정부의 행태는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고 부실경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힌 기업주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직전에 보유 주식 전량을 팔아 정치권에서 ‘세월호 선장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최 회장의 스마트폰을 뒤지고 11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수사의 초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느냐는 데 맞춰지고 있다. 최 회장이 한진해운 회장으로 있으면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닌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은 출국금지됐다. 5조5천억 원대 적자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주주와 전현직 경영진은 대규모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어떤 형태로든 져야 마땅하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에서 1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내고도 퇴임하자마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B) 부총재로 영전한 홍기택 전 산업행장도 재임기간 동안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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