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업에게 증시 사장은 득일까 독일까?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나 게임빌 등은 증시 상장을 계기로 한단계 도약한 기업으로 꼽힌다.
반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했다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게임기업도 많다.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지 못해 주가만 속절없이 추락하고 우왕좌왕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 상장으로 득본 게임회사는?
11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게임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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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전체 규모 면에서 넥슨과 넷마블게임즈에 미치지 못 하지만 넥슨은 일본에 상장해 있고 넷마블게임즈는 아직 상장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상장으로 마련한 재원을 가장 잘 활용한 게임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뒤 2003년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많은 자금을 모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게임사업 구조를 탄탄하게 다졌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에 출시한 PC온라인게임 ‘리니지’가 큰 히트를 친 것을 발판삼아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이후 엔씨소프트가 보여준 모습은 상장게임사의 모범답안으로 평가받는다.
엔씨소프트는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개발역량을 강화하고 해외진출 규모를 늘렸다. ‘리니지’를 이을 후속게임으로 ‘아이온’과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히트작을 꾸준히 출시했고 리니지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도 늘렸다.
이를 통해 엔씨소프트는 2009년 게임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프로야구팀을 창단할 정도로 탄탄한 재정구조를 갖췄다.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엔씨다이노스’를 창단할 당시 일각에서 이를 우려하자 김택진 대표가 “내가 지닌 개인재산으로도 야구단을 100년간 거뜬히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빌도 상장 이후 탄탄한 성장기반을 마련한 기업이다.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앞세워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보여줬다.
게임빌은 2013년 오랜 경쟁관계에 있던 컴투스를 700억 원에 인수했다. 그 뒤 자회사인 컴투스와 마케팅 역량을 공유하며 동반성장에 성공했다. 게임빌과 컴투스는 글로벌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며 국내 대형 게임기업 반열에 올라 있다.
◆ 상장 이후 부진한 게임기업도 많아
2010년 이후 코스닥에 입성한 모바일게임기업 가운데 상장 뒤 부진에 빠진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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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브시스터즈 이지훈 대표(왼쪽)와 김종흔 대표. |
‘데브시스터즈’와 ‘선데이토즈’ 등 이른바 ‘카카오 게임키즈’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선데이토즈는 2013년에, 데브시스터즈는 2014년에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상장 당시에 받은 기대와는 달리 이후 사업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파티게임즈’도 마찬가지이다. 파티게임즈는 2014년 상장 첫 날에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히트작 1~2종의 흥행에 의지해 상장했다는 점이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원게임 원더’라고 부른다.
선데이토즈는 3천만 명이 넘게 즐기던 애니팡의 흥행을 앞세워 코스닥에 입성했는데 상장 이후 애니팡의 인기가 시들기 시작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증시에 입성하려면 준비에 약 1년이 소요된다”며 “모바일게임의 경우 흥행주기가 대체로 짧기 때문에 증시입성 시기가 되면 상장 전에 받았던 기대와 달리 인기 후순위 게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장 전에 받았던 기대가 너무 컸던 경우도 있다. 지난해 ‘코스닥 최대어’로 불렸던 더블유게임즈가 대표적이다.
더블유게임즈는 해외에서만 사업을 진행하며 흑자가 매년 50% 가까이 성장하던 기업이었다. 상장을 앞두고 공모단계에서부터 폭발적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상장 이후 더블유게임즈 주가는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시초가 대비 약 절반 수준인 주당 3만5천 원 수준에 그친다.
더블유게임즈의 경우 주력사업인 소셜카지노게임(도박게임)에서 선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이 과다해 주주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상장하지 않았더라면 고민없이 마케팅비용을 늘릴 수 있었겠지만 상장사가 된 뒤에는 이런 회사의 결정이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만 것이다.
◆ 게임기업의 상장성공 조건
올해에도 많은 게임기업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1조 원을 넘긴 ‘넷마블게임즈’가 가장 최대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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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
넷마블게임즈는 상장했다 실패한 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게임 1~2종에 의지하는 회사가 아니라 주력게임 10여 종이 전체 매출을 지탱하는 구조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게임은 유행에 민감하다. 어제의 히트작이 어느 순간 고객에게 외면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 이 때문에 한 두종의 게임이 부진에 빠지더라도 다른 게임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가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상장 이후 회사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갖춰져 있느냐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게임회사는 기업경영보다 개발에 특화된 이공계 인력에 의해 설립되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 약점을 보인다.
넷마블게임즈는 ‘글로벌 넷마블’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상장으로 마련한 재원을 앞세워 해외사업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게임기업의 경우 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상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상장 이후 어떠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지닌 상태에서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