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재고로 남아 골칫거리였던 드릴십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실적 상승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노후선박에 대한 교체 수요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 수요가 늘고 있어 삼성중공업이 내년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을 달성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18일 경기도 성남 판교R&D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용선(배를 빌리는 것) 뒤 매입 조건으로 드릴십 1척을 인도한 데 이어 최근 또 다른 1척의 매각을 진행하고 계약 발효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드릴십 재고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미국 퍼시픽드릴링(PDC)에서 수주한 1기,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에서 수주한 2기, 그리스 오션리그(현 트랜스오션)에서 수주한 2기 등 모두 5기의 드릴십을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재고 드릴십 5기의 과거 계약가격은 29억9천만 달러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선수금으로 10억1천만 달러을 받는데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재고 드릴십 2기의 매각을 성사시키면서 부담을 덜어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원자재 가격 인상과 재고자산인 드릴십 평가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실적 부진을 겪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연간 매출 6조6220억 원, 영업손실 1조3120억 원을 봤다. 증권업계에서 삼성중공업이 올해도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정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글로벌 조선시황이 개선되면서 연간 목표인 91억 달러를 34% 초과한 122억 달러를 수주했지만 실적은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에 대한 교체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조선사에 신규 발주가 이어질 수 있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정 사장은 “컨테이너선의 경우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전후의 노후 선박에 대한 교체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국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함에 따라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삼성중공업에는 호재다.
정 사장은 “LNG 해상 물동량 증가에 따라 새로운 운반선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50척 이상의 LNG선 발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고공행진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해양플랜트 전망도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해양 프로젝트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맞춰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 수준인 88억 달러로 정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LNG선을 비롯한 주력 선종의 건조 생산성을 극대화해 2023년 흑자전환을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삼성중공업 주주총회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배진한 삼성중공업 경영지원실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으며 남기섭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보수한도 역시 주주총회 문턱을 넘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