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NH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이와같은 신뢰를 뒷받침 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투자금융 전문가인 정 사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하는 것에 더해 10일 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투자금융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에도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자금투입을 통해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약 6개월 동안 최대주주로부터 6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인데 이는 2015년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통합돼 NH투자증권으로 출범한 이후 첫 유상증자다.
농협금융지주는 2013년 6월 NH농협증권 시절 유상증자에 1500억 원을 넣었는데 그 뒤로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의 투자금융부문을 더 키우기 위해 농협금융지주가 정 사장 연임과 함께 자금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이유를 두고 "재무구조 개선과 초대형 IB 경쟁력 강화, 사업영역 확장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금융부문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본력은 곧 경쟁으로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전폭적 지원 아래 정 사장이 NH투자증권의 투자금융부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조8400억 원이었는데 유상증자가 마무리 되면 자기자본 규모는 7조2천억 원으로 증가한다.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게 된다.
정 사장은 대규모 자금지원을 통해 몸집을 불린 만큼 투자금융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며 곧이어 종합금융투자계좌(IMA)사업을 할 수 있는 자기자본 8조 원 달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종합투자계좌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운용하고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를 말한다. 은행 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금리가 제공되는 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2018년에 2년 임기로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20년에 첫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최근 재연임에 성공하며 2년의 임기를 더 받게 됐다.
이는 NH투자증권이 소속된 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해 농협중앙회를 통틀어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농협에서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의 수장인 회장이 새로 당선되면 인사권 존중을 이유로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내는 것이 오랜 관행처럼 내려왔다. 때문에 정 사장처럼 오랜 기간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끈 사례는 많지 않다.
NH투자증권은 정 사장의 재선임을 두고 "정 사장은 IB분야 전문가로서 NH투자증권에 재임하는 동안 우수한 경영실적을 보였으며 글로벌 분야에서도 다양한 해외 딜을 수행하는 등 뛰어난 글로벌 사업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업무 전문성 및 보유 역량을 바탕으로 회사의 발전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NH투자증권 창사 이래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라는 업적을 이루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167억 원을 올렸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기 직전인 2017년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이 4592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만에 영업이익 규모는 186.74%나 뛰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