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국토부로부터 싼타페의 연비를 부풀렸다는 최종판정을 받았다. 현대차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피해고객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앞으로 자동차 연비 사후관리 부처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
|
|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국토부는 26일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가 연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현대차 싼타페의 복합연비는 제조사가 신고한 연비보다 8.3% 미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코란도스포츠의 복합연비는 신고보다 10.7% 미달됐다.
복합연비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합한 것이다. 이 수치가 허용 오차범위인 5%를 넘으면 국토부의 부적합 판정을 받도록 돼 있다.
국토부는 이번 연비 조사결과에 따라 자동차관리법이 정한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최대 10억 원, 쌍용차는 최대 2억 원 상당의 과징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해당 자동차제작사는 부적합 사실 등을 자동차 소유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제작사가 이를 어길 경우 연비부적합 사실을 공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현대차는 정부의 연비 재검증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의 복합연비 기준이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두 부처는 1년에 두 차례 각각 연비조사를 진행했다. 산자부는 현대차 싼타페에 대해 ‘적합’이라고 판정했으나 국토부는 ‘부적합’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연비는 산자부가 2003년부터 단독으로 조사해 왔다. 그러다 올해부터 국토부가 조사에 따로 나섰고 결과적으로 국토부 조사결과가 힘을 얻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연비 사후조사 부처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국토부, 산업부, 환경부가 협의해 사후관리 대상 차종을 선정하는 내용의 '자동차연비 중복규제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자동차 연비 사후조사는 산업부와 국토부가 모두 실시해 왔는데 두 부처가 각각 대상 자동차를 선정해 중복조사가 발생했다.
정부는 또 부적합 차량에 대한 과태료 등 행정제재도 국토부, 산업부, 환경부가 각각 해오던 것으로 국토부로 일원화 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두 부처 간에 다른 결과가 나온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행정의 대상이자 객체인 기업은 어느 결론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이같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과 수입차 업체는 10년 넘게 연비 인증법규인 에너지 이용합리화법과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및 등급 표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연비 인증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인증을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산업부로부터 연비검증을 받아 통과했는 데도 국토부의 연비조사 측정방법이 달라 불명예를 안게 됐다는 주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 내 두 부처의 시험조건 및 적합여부 판단기준이 달라 각기 다른 시험결과가 나와 당황스럽고 고객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면서 “연비 조사체계를 둘러싼 혼선이 정부 내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신차 출시 1년 전부터 공인된 시험설비에서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쳐 연비를 정확히 측정해왔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연비 부풀리기로 싼타페 소비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5일 싼타페 소유주 3명은 현대차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1인당 60만 원을 청구했다. 이번 소송에는 최소 1천 명에서 최대 1만 명까지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연비 부풀리기에 대한 보상으로 90만 명의 고객에게 4200억 원을 지급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