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금융플랫폼 주도권을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에게 내주지 않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그 중심에 최고디지털책임자(CDO, Cheif Digital Officer)가 있다.
▲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상무.
‘최고디지털책임자’, ‘그룹디지털총괄’, ‘디지털플랫폼총괄’ 등 금융지주마다 디지털 부문을 이끄는 수장에게 부여하는 직책은 다르지만 모두들 치열한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에서 디지털 전환이 생존의 필수 과제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부문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 수장들의 존재감도 부각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 커니의 옥일진 파트너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상무로 영입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최고디지털책임자를 교체한 것은 완전 민영화를 계기로 디지털 전략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옥 상무는 우리은행 디지털전략그룹 부행장보도 맡는다.
옥 상무는 1974년에 태어나 우리금융지주 임원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옥 상무는 컨설팅사에서 봐 왔던 해외은행의 디지털 사업 성공사례 등을 바탕으로 플랫폼 역량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1월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디지털 대전환에 쏟아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디지털 시대를 가장 앞서 열어나가는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옥 상무는 더보스톤컨설팅그룹 상무급 임원, EY컨설팅 전략부문 리더, 커니코리아 금융그룹리더 부사장 등을 지냈다.
KB금융지주에서는 윤진수 IT총괄(CITO)과 조영서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두 사람이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들이다.
윤진수 총괄은 빅데이터 전문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대학원에서 전산학 석사·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삼성전자와 삼성SDS,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에서 빅데이터를 담당했다.
▲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조영서 총괄은 경쟁사인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책임졌던 인물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파트너로 일하다가 신한금융그룹으로 넘어온 뒤 디지털전략 총괄 본부장, 신한DS 부사장 등을 지냈다.
두 사람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강조하는 ‘금융 플랫폼 혁신’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이 돼야 한다”며 “고객중심적 사고로 최고의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KB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의 디지털 전환 선봉에는 김명희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이 서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 초 영입됐다.
김 부사장은 한국IBM, SK텔레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등을 거친 국내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했고 서강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석사학위를, 단국대학교에서 지식컨설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4대 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은 신한은행 사외이사였는데 여느 사외이사들과 달리 현안을 면밀히 검토한 뒤 경영진에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등 그룹 경영진들의 눈에 띄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지주는 김 부사장 영입과 동시에 최고디지털책임자가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략 수립과 계열사 협업 체계 강화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은 신한금융그룹의 IT 자회사인 신한DS의 대표이사가 그룹의 최고디지털책임자를 겸직해 왔다.
▲ 박근영 하나금융지주 디지털총괄(CDIO) 부사장과 황보현우 데이터총괄(CDO) 상무.
하나금융지주의 디지털 전환은 박근영 디지털총괄(CDIO) 부사장과 황보현우 데이터총괄(CDO) 상무가 함께 이끌고 있다.
박 부사장은 하나금융그룹의 IT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의 대표이사를, 황보 상무는 하나은행 데이터&제휴투자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4대 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 통틀어 유일하게 내부 출신이다. 하나금융그룹에 몸담은 뒤 20년 넘게 IT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황보 상무는 외부 전문가다. 2019년 하나벤처스 경영전략본부장으로 합류했다.
하나벤처스에서는 빅데이터·인공지능 분야의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기술자문 등의 역할을 담당했고 하벤처스에 합류하기 이전에는 한남대 글로벌IT경영학과 교수, 코오롱베니트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서울시 빅데이터심의위원회 위원, 경기도 빅데이터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