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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왜 '식물총리' 정홍원을 선택했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6-26 15: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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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는 왜 '식물총리' 정홍원을 선택했나  
▲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표명 60일만에 전격 유임 결정됐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식물총리’를 선택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지 정확히 60일만에 사표를 반려한 것이다. 헌정 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연이은 인사실패로 궁지에 몰려 더 이상 낼 카드가 없어진 상황에서 최후의 한 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총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거세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국가개조는커녕 사실상 식물총리가 된 정 총리가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박 대통령이 ‘의전총리’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평소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또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는데 유임을 선택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은 공중분해됐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 돌다 돌다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박근혜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국무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개조를 이루고 국민안전시스템을 만드는 등 시급한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큰 상황을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정홍원 총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제게 다시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셨다”며 “고사했지만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가 있어 새로운 각오로 일하기로 했다”고 총리직 유임의 소감을 밝혔다. 정 총리는 “앞으로 국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과 국가개조에 앞장서 저의 마지막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23일 사퇴한 이후 정 총리가 유임되는 것 아니냐고 일부에서 점치기도 했지만 “설마”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정 총리가 사의를 표한 다음날 대변인을 통해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 후보자 찾기에 결국 실패하자 이 말을 뒤집었다.

박 대통령이 정 총리 유임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국정공백에 대한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60일 동안 후임 총리 인선을 해 왔으나 실패했고 지금부터 새로 총리 후보자를 찾고 검증과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한 달 넘는 기간이 더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달 중순 국정쇄신을 외치며 야심차게 개각을 발표했지만 총리 지명 난항으로 동력을 잃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가장 빠르게 문제를 일단락지을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작용했다. 국민의 눈높이가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인사청문회를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통과하려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과 상황이 여의치 않다. 윤 수석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것 때문에 (인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좁은 인사풀에서 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있는 적합한 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마이너스 인사라고 불릴 만큼 제한적으로 인재를 써왔다. 그러다 보니 더이상 총리 후보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7·30 재보선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지 않아도 재보선에서 여당은 일반적으로 열세에 몰리는데 또 한 번 총리 지명에 실패하면 여론에서 매우 불리해 진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의 의석 과반 확보가 달라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 총리 지명이라는 또 한 번의 모험을 감행하기에 위험이 너무 컸던 셈이다.

◆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은 공중분해

정 총리 유임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감싸기에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정 총리 유임에 대해 “대통령의 고뇌 끝에 나온 것”이라며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인사권자의 고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 총리에게 “심기일전해 국정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 역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며 “정부의 중단없는 국정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야권은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과 세월호 참사 이후 차기 총리가 국가 대개조의 국정목표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며 납득하기 힘든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당장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질 사람이 세월호 참사로 시작된 국가개조의 임무를 맡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 총리의 사의가 반려되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대체 누가 지느냐며 사실상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어이없다”며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는 거짓이었나”라고 반문했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총리 한 명 추천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임을 자인했다”고 말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정홍원 식물총리 유임은 박근혜 인사의 종말”이라며 “박 대통령은 인사권한이 대통령 권리 이전에 국민이 부여한 의무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도 “있을 수 없는 일로 경악 그 자체”라며 “대한민국에 총리는 없다. 김기춘 실장만 있으면 만사형통인 나라”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유가족은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사람을 사람이 없다고 유임시키는 게 정상이냐”며 “정부가 대안을 찾아 수습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정 총리가 희생자 장례비를 보상금에서 삭감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있었다”며 “유임소식을 들으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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