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최후통첩’ 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택배노조는 '최후통첩'으로 21일부터 우체국, 롯데, 한진, 로젠택배에 소속된 택배노조원까지 파업을 확대하고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물과 소금을 모두 끊는 ‘아사단식’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며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 16일 오전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점거 농성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만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21일 이후에도 계속 대화를 거부한다면’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택배노조는 당초 파업의 이유로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가장 앞세웠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며 파업 이유의 무게추가 CJ대한통운과 직접 대화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원청인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 대화에 나서는 게 불가능하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계약을 맺은 주체인 택배대리점을 건너뛰고 택배노조와 직접 교섭하면 하도급법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각 지역의 대리점주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하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문제는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와 직접 교섭권을 두고 정부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것을 두고 불법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택배기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는 택배대리점주가 아닌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한 행위는 쟁의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조합법을 적용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그러면서 공을 경찰로 넘겼다. 노조의 CJ대한통운 점거는 불법이므로 고용노동부가 나설 것이 아니라 경찰이 판단해야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과 관련해 택배노조원 8명에게 출석을 요구하며 수사에 들어갔고 택배노조는 11일째 본사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고용노동부의 판단은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놓은 판정과 엇갈린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택배노조의 실질 사용자가 CJ대한통운이므로 CJ대한통운이 직접 택배노조와 교섭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택배노조가 최근 CJ대한통운의 본사를 점거한 것도 이같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에 근거한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이같은 중노위의 판단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CJ대한통운이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행정부처 안에서 CJ대한통운의 직접 교섭권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하기 위한 정부와 여당, 국회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는 지난달 CJ대한통운의 택배현장을 방문해 사회적 합의 이행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후 아무런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문제에 적극 나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들의 관심은 모두 다음달 치뤄지는 대선에 쏠린 듯하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1월 택배화물운송서비스 관련 상담은 택배노조 파업으로 인한 배송 지연으로 반품이나 환불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면서 8.5% 증가했다.
정부가 엇갈린 의견만 던져놓고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택배노조의 파업은 20일자로 55일째 이어지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고통을 받는 건 국민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국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