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강화하겠다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사회로부터 의구심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사갈등과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말뿐인 ESG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노사관계를 빠르게 재정립하지 못한다면 향후 ESG평가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1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국내기업 ESG등급 평가에서 B+(양호)등급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항목별 평가 가운데 사회책임경영부문에서 A+(탁월)등급을 받았는데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치열해진다면 사회책임경영부문의 평가가 낮아져 전체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ESG등급이 낮아지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ESG지수에서 제외되거나 각종 자산운용 프로그램 구성종목에서 빠질 수도 있다.
해외에서도 삼성전자의 노사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16일 삼성전자의 노사갈등 상황을 조명하며 "노조의 집단행동이 삼성전자의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노사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전국삼성전자노조가 포함된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삼성 노조)가 요구한 조건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어서 삼성그룹으로서는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삼성 노조는 2022년도 임금 10% 인상, 포괄임금제 및 임금피크제 폐지, 세전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총파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최고경영자와 직접 대화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삼성전자가 이 요구를 모두 수용하게 된다면 고정 인건비로만 연간 14조 원가량을 사용하게 돼 경영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존 노사협의회의 역할 재정립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오랫동안 계열사별로 노조가 설립된 곳에서도 자율조직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교섭을 진행해 왔는데 이는 이른바 '노조패스'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노조와 계속 대화해 풀어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오상훈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오른쪽)이 8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삼성연대,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6대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노사갈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경쟁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은 투자와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17일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든다고 선언했다. 앞서 15일에는 54억 달러(6조5천억 원)을 투자해 이스라엘 반도체업체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업체인 TSMC는 16일 현재 착공중인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웨이퍼 생산공장에 1조9천억 원을 더 투자해 총 10조 원 가량을 쏟아붓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회(S)뿐만 아니라 환경(E) 측면에서도 문제가 커지고 있다.
850조 원을 운용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17일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기업 10곳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라고 건의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국제캠페인 ‘RE100’에도 동참하지 않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산업 특성상 대규모 전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RE100 참여를 망설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이 배출한 탄소량은 2015년 216만3천 톤에서 2020년 544만8천 톤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탄소 배출에서 DS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8.4%에서 95.1%로 늘었다.
하지만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기업인 TSMC가 2020년 7월부터 RE100에 참여하고 있어 삼성전자는 앞으로 RE100참여 압박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복잡한 지배구조(G)로 비판을 받았는데 환경(E)과 사회(S)까지 지적을 받게되며 ESG 경영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몇년 전부터 밝혀 온 ESG경영 의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에는 지속가능한 100년을 만들기 위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 창출에 힘쓰는 ESG경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1년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재수감된 상황에서도 옥중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