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형 가전업체들이 연이어 친환경차 부품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친환경차 부품 산업의 진입문턱이 낮아진 것은 맞지만 승산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18일 중국 매체 시나재경에 따르면 최근 중국 가전업체들이 친환경차 부품 사업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백색가전 제조업체 메이디그룹은 16일 110억 위안(2조 원)을 투자해 안후이성 안칭시에 친환경차 부품제조 공장기지를 세운다고 밝혔다.
공장기지 안에는 열관리, 드라이브, 스마트 주행, 운전보조 시스템 등 시스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센터와 국가급 실험실도 세운다.
시나재경은 "메이디그룹 기지가 완공되면 연간 6천만 개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고 한해 산업가치는 400억 위안(7조5천억 원)에 이른다"며 "주요 제품은 전기차용 전동 압축기, 모터 드라이브, 파워 스티어링 등이다"고 했다.
안칭시 공장기지는 메이디그룹 사상 투자금액이 가장 큰 프로젝트로 파악됐다.
팡훙보 메이디그룹 회장은 12일 전체 임직원 앞에서 신사업 전략에 관해 연설하며 “친환경차 부품 사업은 메이디그룹이 나아가야 할 중요한 전략적 방향이다”고 명확한 의지를 보였다.
메이디그룹 뿐만 아니라 TCL, 하이얼, 촹웨이 등 가전업체도 이미 친환경차 부품 산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친환경차 부품 산업은 환경보호 수요가 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가전산업은 이미 출혈경쟁이 심한 데다 시장 자체의 성장 속도도 줄어들고 있다.
중국 빅데이터 시장분석기관 AVC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가전시장의 소매 판매액은 총 7022억 위안(132조6천억 원)으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증가율은 7.4%포인트 낮아졌다.
가전업계에서 사용하는 기초 전자제품 혹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친환경차 부품에도 활용될 수 있다.
게다가 휘발유 자동차 부품 산업 가운데 열관리 시스템 영역의 시장 경쟁구도는 형성돼 있는 반면 친환경차 시장이 요구하는 열관리 기술 기준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메이디그룹 같은 가전업체가 이미 보유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경쟁에 새롭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시나재경은 “2025년까지 열관리 시스템, 스마트 주행, 드라이브 시스템의 중국시장 규모가 1천억 위안, 전 세계 시장규모는 3천억 위안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가전업체가 친환경차 부품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기회를 얻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겠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자동차 영역에 필요한 장비, 기술력, 생태계 등 역량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인 만큼 고객사들 사이에서 인지도도 높여야 하는 숙제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친환경차 부품 산업은 급속 성장하고 있어 가전업체가 새로운 시장에서 적응하는 것을 기다려 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