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증권업계와 해외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이 올해 제시한 해외수주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별도기준으로 해외수주 목표 5조6천억 원을 제시했다. 이는 2021년 목표였던 6조 원보다 낮춰 잡은 수치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수주 목표를 4조1천억 원으로 잡았다. 역시 지난해 목표치였던 4조9천억 원보다 눈높이를 다소 낮췄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발주시장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래도 수주 목표는 달성가능한 수준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건설이 보수적으로 해외수주 목표치를 잡았다는 외부 평가가 많다. 유가 상승에 따른 발주환경 개선으로 다른 건설사들이 해외수주를 높여 잡은 점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다른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목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엔지니어링 5조 원, GS건설 4조 원, DL이앤씨 3조 원, 대우건설 2조1천억 원 등이다. 대부분 지난해 목표치보다 올려 잡았다.
현대건설의 보수적 해외수주 목표치에도 불구하고 다른 건설사들보다 목표 금액이 높고 수주파이프라인도 우량한 것으로 평가됐다.
조영환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가스처리공장(3조2천억 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2조 원), 파나마 메트로3호선(1조7천억 원) 등 대형 해외사업이 매출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조 연구원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미뤄졌던 중동 지역의 대형 플랜트 발주가 기대돼 신규수주도 2021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2022년 수주 파이프라인으로 조 단위로 추정되는 카타르 노스필드 패키지4와 줄루프 유전개발 패키지1(30억 달러)·패키지2(12억5천 달러), 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30억 달러), 필리핀 남북철도(20억 달러), 이집트 엘바다 원전(1조 원) 등이 있다.
윤영준 사장은 이집트 엘바다 원전, 필리핀 남북철도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줄루프 프로젝트는 지난해 입찰을 참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카타르 석유화학·가스플랜트 프로젝트에는 이미 입찰을 참여한 패키지도 있고 추가로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도 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데이터센터, 대만 해상풍력, 카타르 암모니아 프로젝트 등의 수주에도 도전한다.
윤 사장은 취임 첫해 해외사업 실적이 부진했다는 평가를 올해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2021년에 해외수주 33억8927만 달러(3조9천억 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47.5% 감소한 실적을 거둬 3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우리 건설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 등을 빼면 대부분 목표대비 반토막의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는 게 해외건설업계 전반의 전망이다.
윤 사장은 지난해 해외수주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목표달성을 이루지 못한 만큼 올해 목표달성에 고삐를 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건설은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플랜트 인력을 유지하며 해외사업의 고삐를 계속 틀어쥐고 있다.
실제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현대건설의 플랜트 직원 수는 1402명에 이른다. 2018년부터 1400명 대 수준의 플랜트 인력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체 직원 수의 20%가량이다.
반면 GS건설과 DL이앤씨 등 다른 건설사는 플랜트 인력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DL이앤씨의 플랜트 직원 수는 2017년 1900명 대에서 2021년 3분기 1200명 수준으로 줄었다. GS건설도 같은 기간 2500명 수준에서 1200명 규모로 감소했다.
윤 사장이 플랜트 인력을 유지한 것은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암모니아 플랜트 등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해외매출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4분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수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