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에서 소프트웨어 및 사용경험 측면의 변화를 특별히 강조하는 만큼 이전과 달리 하드웨어 경쟁력을 크게 내세우지 않을 가능성이 나온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부품사업 실적을 크게 의존하는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이런 전략 변화에 대비해 실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현지시각으로 9일 공개되는 갤럭시S22 출시를 계기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기존 고객의 교체수요를 확보하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스마트폰 교체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자나 중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고객층도 갤럭시S22 시리즈를 활발히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 경쟁력 확보 및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겠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우수성을 전면에 내세우던 전략에서 다소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갤럭시S22 판매로 부품업체들이 보게 될 수혜폭은 축소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특히 최신 사양의 고성능 부품이 대거 탑재되던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를 스마트폰 부품 최대 공급처로 두고 있던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이런 전략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고객 가치 중심으로 플래그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생태계 측면의 사용자 경험 강화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전략이 주로 고사양 부품을 집약해 내놓는 중국업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다소 사양이 낮아도 사용경험 및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호평을 받는 애플 아이폰의 사업 전략에 더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애플은 아이폰의 신규 부품 채용에 보수적이고 비교적 낮은 사양의 부품을 탑재해 원가 절감 효과를 보는 대신 자체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 콘텐츠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이를 통해 아이폰 판매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아이폰만의 고유한 사용경험에 익숙해진 고정 사용자층을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를 지켜내고 있다.
삼성전자도 곧 출시하는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울트라 모델을 제외한 일반 모델과 플러스 모델은 하드웨어 측면의 변화를 이전보다 다소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립할 공산이 크다.
여러 해외언론에서 입수해 보도한 갤럭시S22 디자인과 사양 등 정보가 갤럭시S21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런 스마트폰사업 전략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로 꼽힌다.
갤럭시S22와 갤럭시S22플러스는 이전작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을 채택해 갤럭시S21에 적용된 부품을 대거 재사용하고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사양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22울트라 모델은 디자인이 갤럭시노트 시리즈와 비슷하게 바뀌면서 광학 10배줌 카메라, LPTO 2세대 올레드패널 등 고성능 부품이 대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 차이가 있다.
울트라 모델은 가격과 휴대성 측면에서 다소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올해 갤럭시S22 출하량의 대부분은 일반 모델과 플러스 모델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삼성전기 카메라모듈(왼쪽)과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올레드패널 안내. |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고성능 부품 공급을 크게 의존하는 계열사들이 이런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에 따라 올해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품계열사들이 일반적으로 새 스마트폰에 최고사양의 부품을 공급할 때는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지만 반대되는 상황에 놓이면 단가 하락 압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여러 스마트폰업체들이 자체 부품 수급망에서 약점을 보이며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에 악재로 꼽힌다.
결국 올해는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 부품 공급 성과가 두 회사의 실적에 더욱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취임 뒤 지속적으로 스마트폰 원가 절감을 위한 공정 효율화에 집중해 왔고 지난해 스마트폰사업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는 성과를 냈다.
올해는 이런 기조를 강화해 스마트폰시장 성장 둔화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공산이 크기 때문에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 변화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다만 삼성전자가 갤럭시A 시리즈 등 중가 스마트폰 라인업의 하드웨어 사양을 전반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점은 부품계열사들의 실적에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하는 LTPO 올레드패널, 삼성전기 고성능 카메라모듈 등이 플래그십을 넘어 중가 스마트폰까지 확대적용되면 부품 공급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플래그십 제품의 우수한 기능을 보급형 모델까지 전파해 시장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제품 라인업을 개선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갤럭시S22 판매량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거나 고성능 부품이 집약된 울트라 모델의 판매 비중이 더욱 높아지면 부품업체로서는 실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갤럭시S22 일반 모델과 플러스 모델의 판매가 늘면 부품 공급량 확대를 통해 단가 인하 영향을 만회할 수 있고 울트라 모델의 판매가 늘면 고사양 부품 공급을 늘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시장에 여러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예고한 만큼 부품업체들도 선제적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필수과제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스마트폰시장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며 “카메라모듈사업에서 차별화된 고부가 제품의 적기 공급과 원가경쟁력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에서 압도적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중저가 스마트폰시장 공략을 통해 올레드 탑재 비중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