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결제 시장에서 카드사와 빅테크의 싸움이 올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거 결제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렸던 카드사들은 간편결제로 무장한 빅테크의 도전에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올해 카드사들은 간편결제와 데이터 기반 편의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더욱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카드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젊은 층의 선호, 온라인 소비 증가, 높은 혜택 등 요인으로 선불충전 결제방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지급결제 시장에서 카드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카드사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금융권에서는 카드를 비롯해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사이 싸움이 치열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간편결제 이용 실적 약 102조 원 가운데 선불충전 결제비중은 14%(15조 원)로 2017년 3%(1조 원)와 비교하면 15배 성장했다.
이런 위기감은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에서도 읽힌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금융 진출이 확대되면서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며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고객 경험과 가치를 창출해 빅테크 기업과 진검승부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든 산업이 테크놀로지(기술)라는 도구에 지배되고 있으며 기술기업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금융테크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최근 모바일앱 통합 계획을 내놓을 때 “올해 카드사의 화두는 플랫폼 전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지급결제 시장에서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해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플랫폼은 기존의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하는 측면도 있어 카드사가 플랫폼에 얼마나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카드사들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 하나카드 등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앱카드 이상의 편의성을 제공해 고객들을 유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은행계 카드사들로 은행, 증권 등 계열사의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그룹의 멤버십 포인트를 결제수단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간편결제 모바일앱 ‘KB페이’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KB페이 머니, KB증권 체크카드 등으로 결제 수단을 확대했다.
하나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의 멤버십포인트인 하나머니,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서비스인 지엘엔(GLN)과 연계해 모바일앱 ‘원큐페이’만으로 세계 어디서든지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 계열사가 없는 롯데카드나 현대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들은 데이터 경쟁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플랫폼에 머물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카드는 국내 최대 유통그룹인 롯데그룹과 단단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금융뿐 아니라 쇼핑,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모바일앱 ‘로카앱’을 업그레이드 해서 라이프스타일을 큐레이팅하는 고객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한해 소비 동향 등을 분석한 리포트 ‘연간 명세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