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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조선과 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책임을 엄정하게 묻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대주주가 법규를 위반했거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나타낸 상황이 있다면 철저하게 추적해 책임을 반드시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임 위원장의 일문일답이다.
- 조선과 해운업종의 기업 부실에 대해 대주주나 국책은행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채권자, 근로자와 함께 대주주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경우 주주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대대적인 감사로 책임을 추궁했고 경영진에 대해서는 검찰의 고발을 통해 필요하면 수사를 하겠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사주의 주식 처분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먼저 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25일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가 아니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서 직접 조사하고 있다. 위법 사실이 밝혀진다면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
- 현대상선이 현재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에서 정부가 지원을 약속해야 결과를 무난하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해운업은 용선료 협상이 핵심이다. 용선료 협상이 안 되면 그 이후의 과정도 무의미하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에서 선주들에게 여러 경로로 용선료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낮춰야 기업도 지속 가능한지 설득해 왔다. 지금 용선료는 시세보다 4~5배 많다. 용선계약 기간이 2026년에 만료되는데 그때까지 지불해야 할 금액은 5조 원 이상이다.
현대상선 채권단이 5월 중순까지 용선료를 조정하지 않으면 협상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후속작업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최종 제안서를 선주들에게 보낼 것이다.
선주도 구조조정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 일부 선주가 용선료를 조정할 테니 채권단에서 지급보증을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
- 용선료 협상이 잘 끝난다고 해도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유지도 문제 아닌가?
“해양수산부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유지를 위해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문서를 보냈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남아 있어야 기업 정상화에도 성공할 수 있다.”
-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성공하면 합병을 추진할 것인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용선료 협상→사채권자 채무조정→자율협약 채권자 채무조정’ 등 3단계를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는 용선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며 향후 더욱 어려운 채무조정을 거쳐야 한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같은 과정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
현재 두 회사의 합병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 앞으로 두 회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게 되면 채권단을 중심으로 해운산업의 상황, 채권회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
- 조선업계의 대형3사 합병 등 조선업 전반의 개편 방안은 무엇인가?
“대형 조선사들의 통합 등 조선산업 개편을 위해 많은 논의와 제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특히 소유쥬가 있는 대형 조선사를 상대로 기업 간 자율이 아닌 정부의 주도 아래 합병을 강제하거나 사업부문 간 통폐합 등 소위 ‘빅딜’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다.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은 추가적인 자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겠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주채권은행이 경영개선을 위한 최대한의 자체계획을 받고 계획이행 여부를 점검할 것이다.”
- 조선업계에 대해 공동컨설팅을 실시하고 결과를 근거로 산업재편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컨설팅 결과가 조선사들에서 받아들여야 할 구속력을 갖출 수 있나?
“조선업계에 대한 컨설팅은 아직 진행하고 있지 않다. 다만 특정 기업에 편향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냉철하게 분석하겠다. 조선업계가 스스로 사업을 재편하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조선업계 전반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어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컨설팅 결과가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컨설팅 결과를 의미있게 참고하겠다.”
-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은?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이 조만간 만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로 따져보면 산업은행이 14%, 수출입은행이 10%라서 자본확충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추가 손실의 분담능력을 갖추려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구체적인 자본확충 규모와 방식은?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돼야 국책은행에서 자본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현재 상태부터 파악하겠다. 구조조정에 드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추계한 뒤 규모와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미리 정해놓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자본확충은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발행채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하는 양적완화와 별개의 사안이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것은 유동성이 아니라 손실을 분담할 능력인 구조조정 자본이다.”
- 야당이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하는데 여야정협의체가 필요한가?
“여야 정치권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회생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말한 점을 환영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성공하려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과 노동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야정협의체에 법과 예산 문제에 대해 제안하겠다.
다만 구조조정의 적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채권단과 여야정협의체 간에 역할을 분명하게 분담해야 한다. 채권단이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정협의체에서 절대 관여하면 안 된다.”
- 이번 구조조정 계획에서 철강, 건설, 석유화학은 빠졌다. 단기적인 업황 개선에 기대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가?
“철강, 석유화학, 건설은 업종의 문제점과 수익성이 다소 개선됐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도 컨설팅을 통해 업계의 전반적인 사업 재편과 설비감축 등의 필요성을 판단해 진행하겠다.
철강, 석유화학, 건설업종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 건설업은 개별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하겠다.”
- 구조조정 논의가 비공식회의인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조정을 공식적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컨트롤타워는 경제관계장관회의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서별관회의는 구조조정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관련 부처의 장관들이 사전에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밀실회의라고 하지만 서별관회의도 하나의 결론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 이번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감축이 수반되는 점은 일정 부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하면 경제·사회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만큼 정책적인 대응을 병행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의 발생 가능성을 채권금융기관, 관계부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 고용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를 고용노동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
물론 개별 기업 노사도 자구노력을 해야 하며 고용구조 개선, 원·하도급 격차 해소 등 업계 전반의 노력도 필요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