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공약으로 검토 중인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이 뜨거운 호응을 얻자 반색하고 있다.
이 후보는 2021년 11월부터 40여 개의 소확행 공약 시리즈를 발표했는데 탈모치료제 보험 적용안은 아직 정식 공약으로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기존 공약들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들까지 이 후보의 탈모치료제 관련 공약 검토를 관심있게 보도했을 정도다.
이번에 화제가 되고 있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은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과 관련 약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제약사 등에서 특히 반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너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후보는 이러한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약화 의지를 보였다.
이 후보는 6일 MBC '100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간 수십조 원 (건강보험) 지출 가운데 1천억 원 정도 가지고 퍼주기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스케일링을 보험 처리해주지 않았나"며 "그때는 퍼주기라고 말 안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자체 조사 결과 공약이행률이 96%에 이른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2021년 선거 홍보문구를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으로 교체하기 전까지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해 오기도 했다.
소확행 공약 중에는 이미 실현된 공약도 있다. 소확행 1호 공약이었던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는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현실화됐다. 이 후보 공약 제시와 맞물려 여당이 과세 유예에 힘을 실은 결과다.
탈모치료제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에도 이 후보가 내놓은 여러 소확행 공약들이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등하굣길 안전 하교제 △휴대폰 안심데이터 무료제공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 △오토바이 소음 근절 △아동학대 영아범죄 엄벌 등 생활밀착형 정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SNS에서 소확행 공약의 좋아요 수는 대부분 1500개에서 2천 개 사이인 반면 이 정책들은 모두 3천 개를 넘었다.
특히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 공약은 3900개를 넘었다. 이 후보는 2021년 11월18일 SNS에서 "반려동물은 또 하나의 가족이지만 높은 진료비 부담으로 반려인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도입해 반려인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이 후보가 2021년 8월20일 당내 경선 당시에 이미 꺼낸 동물복지 정책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사람과 달리 동물 진료항목은 표준화돼 있지 않다. 진료항목 표준화란 슬개골 탈구 수술이 필요할 경우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 필요한 검사를 정하고 표준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틀을 정하는 것을 뜻한다.
표준수가제 하나가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료항목을 표준화하고 보험체계도 비교적 쉽게 자리잡게 되면 보호자가 전반적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하는 반려인들이 많다.
등하굣길 안전 하교제 정책은 사회적 일자리를 활용해 등하굣길 교통 안전을 강화하고 신설학교는 통학로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공약이다. 특히 맞벌이 학부모들이 가장 반겼다.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녹색어머니회나 학부모 교통안전봉사제도를 운영하는 학교 비중이 43%인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는 이 봉사 정책에 따라가느라 아이 학교와 직장 양쪽 눈치를 다 봐야한다.
이 후보는 초등학생 등하굣길 학부모 교통지도와 관련해 "무임노동에 기댄 말 뿐인 봉사활동을 없애고 어린이 안전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안심데이터 무료제공 공약은 가상화폐 과세 유예의 뒤를 이어 나온 2호 소확행 공약이다. 가상화폐 과세 유예처럼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만 고가요금제 이용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2030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요금제별로 기본 제공하는 데이터량을 모두 소진한 이후에 최소 수준의 전송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3천~5천 원에 선택적으로 제공한다. 이 후보는 이 서비스를 모든 국민이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휴대폰 사용은 이제 국민 생활의 필수품으로 뉴스, 모바일 메신저, SNS 등을 쓰지 못하는 일상은 이제 상상할 수조차 없다”며 ““유선인터넷 접근성만 보장하던 데서 나아가 모바일 데이터 이용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나온 공약도 눈에 띈다.
이 후보는 소확행 공약 38번째 시리즈로 워케이션 센터 설치를 약속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에 일과 휴식, 관광을 접목한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후보는 "직장은 서울에서 구하더라도 꼭 서울에 살면서 일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이런 변화를 지방 소멸위기를 극복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곳이건 직장과 동일한 업무 환경을 구현하도록 초고속 인터넷망, 각종 비대면 회의실 설치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겠다"며 "이용자들에겐 지역상품권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도록 지원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유권자 마음을 사기 위해 소확행 공약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내놓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의견을 모아 공약으로 다듬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식 애플리케이션인 '이재명 플러스'에서 소확행 국민공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월1일에 시작해 7일 만에 2천 개가 넘는 정책 제안이 몰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