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염두에 두고 배터리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부회장은 배터리 분야에서 롯데케미칼의 기존 사업과 연관 지어 확장할 수 있는 부문을 찾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새로 투자한 스탠다드에너지가 만드는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650억 원을 투자해 스탠다드에너지 지분 약 1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물을 기반으로 전해액을 사용하여 발화 위험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배터리다.
과거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 저장장치에서 발화사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바나듐이온배터리의 장점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1년부터 바나듐, 아연흐름전지 등 에너지저장장치용 2차전지 소재를 연구해왔으며 2019년부터는 바나듐이온 배터리용 전해액 사업을 준비해왔다.
김 부회장은 이번에 스탠다드에너지 투자를 계기로 롯데그룹과 롯데케미칼의 국내외 거점망을 활용한 전기차(EV)충전소, 도심항공교통(UAM), 재생에너지 활용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나 도심항공교통산업 및 재생에너지 활용사업에는 에너지저장장치의 쓰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담보된 바나듐이온배터리가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44.4%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며 2021년 200억 달러에서 5년 뒤인 2026년에는 10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이런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바나듐이온배터리 업체에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회장은 2022년 시무사에서도 롯데케미칼의 기존 거점망과 인프라를 활용해 배터리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구상을 나타낸 바 있다.
김 부회장은 "배터리, 수소, 플라스틱 재활용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이와 같은 미래성장 기반은 기존 사업의 탄탄한 경쟁력과 시너지를 낼 때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기존 석유화학사업과 배터리 소재분야의 접점이 될 사업을 찾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의 유기용매인 에틸렌 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 생산시설을 건립하기로 한 것은 그런 노력의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약 2100억 원을 투자하여 대산공장 내 에틸렌 카보네이트와 디메틸 카보네이트 생산시설을 세운다. 2023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에틸렌 카보네이트와 디메틸 카보네이트는 전해액 유기용매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 리튬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에틸렌 카보네이트와 디메틸 카보네이트 등 유기용매는 전해액 원가에서 30%이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하반기부터 연간 고순도 에틸렌 카보네이트 3만8천 톤과 고순도 디메틸 카보네이트 7만 톤을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은 자사의 석유화학제품을 활용한 전해액소재사업의 원가절감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고순도 산화에틸렌(HPEO)를 생산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생산한 산화에틸렌도 에틸렌 카보네이트의 원료로 활용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과 연계성을 갖추고 원가절감에 노력하는 점을 놓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소재사업 진출이 경쟁 화학회사와 비교해 다소 늦은 편이지만 기존 사업역량이나 그룹 계열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