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참여연대는 3일 포스코 지주사 설립을 놓고 앞으로 강력한 반대 운동을 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김익태 포항 참여연대 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장기적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설명했지만 시민들은 공감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포스코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전면 반대투쟁을 시민사회에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에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코 전체 경영의 결정권을 포스코홀딩스가 쥐고 있어 포항의 위상은 하락하고 포항 지역 투자도 감소할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물적분할에 따라 철강사업회사 포스코 지분을 포스코홀딩스가 전부 소유하는 만큼 포스코가 벌어들인 돈이 다른 곳으로 투자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포스코는 현재도 포항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데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투자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소액주주 사이에서 포스코 지주사 전환을 놓고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데 지역 시민사회뿐 아니라 포스코 현장 직원들도 지주사체제 전환을 반대하고 있어 최 회장으로서는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 뒤 포스코는 비상장회사가 되는데 상장회사일 때보다 쉬운 해고를 위한 법인 쪼개기 등 의결 절차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며 "지주사 전환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물적분할로 지주사가 사업회사 지분 100%를 쥐게 되면 부실사업 부문 정리나 인력감축 등이 상장회사 시절보다 쉬워져 고용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최 회장이 내놓은 지주사 전환 전략에 대해 포스코 안팎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셈이다.
포항 지역주민들이 지주사전환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는 아니지만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에서 최 회장으로서는 지역사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역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면 이 문제는 정치적 관심을 끌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미 국내 소액주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3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포스코 지주사 전환 반대글에 4천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주식투자연합회도 지난해 12월20일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적분할은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교묘한 논리로 허술한 법망을 피해 소액주주 권리를 짓밟는 형태인 만큼 물적분할을 제어하고 규제하는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른 기업 집단들과 달리 포스코는 오너가 없고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인 데다 국민연금의 지분율도 낮다. 사실상 소액주주의 표심이 지주사 전환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2021년 9월30일 기준으로 포스코 5% 이상 주주로는 국민연금(9.75%)과 미국 씨티뱅크(7.30%) 등이 있다. 이밖에 포스코 우리사주조합이 1.41%, 자사주 등을 제외하면 70% 이상이 소액주주로 구성된다.
포스코 물적분할 및 지주사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출석주주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찬성 주주의 지분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을 넘어야 한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의 본사가 있는 포항시민들과 함께 내부 직원들, 소액주주의 반발이 지속되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이미 LG화학과 만도 등 과거 기업의 물적분할 안건과 관련해 주주가치 하락이라는 명분을 들어 반대 입장을 내왔다.
특히 LG화학에서는 글로벌의결권 자문사들이 찬성을 권고했음에도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을 고려한 태도를 보였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식 의결권 행사를 최종 결정하는 기구다.
포항 지역사회에선 지주사 추진이 최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의 행보와 반대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업시민은 기업집단에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한 개념으로 사회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가 기업시민 이념을 내세운 뒤에도 환경문제와 안전문제 등에서 지역사회와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지주사로 전환된 뒤에는 지역과의 소통 채널이 사실상 단절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포스코 회장들이 정권 교체에 따라 바뀌어 온 만큼 이번 지주사체제 전환을 통해 최 회장이 장기집권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온다.
김익태 위원장은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최 회장의 꼼수가 지주사 전환에도 영향을 줬다고 본다”며 “사고 등 여러 책임을 포항과 광양제철소 등 사업장에 떠넘길 수 있어 최 회장으로서는 사고책임도 피하고 포스코홀딩스에서 장기집권할 기반도 다지려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다만 최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백년대계’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를 추진하기 위해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놓을 수 있다는 시선도 일부에서 나온다.
최 회장은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지주사 체제는 그룹차원의 균형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선진형 기업지배구조 모델”이라며 “그룹의 성장전략 수립과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과 시장 전체 관점의 새로운 시너지 기회를 발굴함으로써 그룹차원에서 더욱 크고 견실한 성장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