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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은 현오석과 어떻게 다를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6-23 22: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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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은 현오석과 어떻게 다를까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바꿀 것은 확 바꾸겠다.”


지난 13일 신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에 임명된 최경환 후보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최 후보자는 “국민들은 먹고사는 것이 얼마나 나아졌느냐로 박근혜 정부를 평가할 것”이라며 “경제주체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기운도 불어넣어 주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성장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다. 최 후보자의 경제관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주도한 옛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의 전형을 보여 준다.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들은 성장을 통해 양극화나 부의 쏠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 후보자가 강력한 성장위주의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은 이런 사실에 근거를 둔다.


최 후보자는 친박계 실세다. 최 후보자가 아직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수장으로 정식 임명되지 않았음에도 그의 언행 하나하나가 주목받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최 후보자가 현오석  현 경제부총리와 달리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 최경환이 그리는 박근혜 2기 경제팀의 정책은?


최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박근혜 2기 경제팀은 성장과 시장자율경쟁을 위한 경제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한국경제가 여전히 성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후보자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와 같이 연 6~8%의 고성장은 못하겠지만 상당한 수준의 성장은 유지해야 향후 저출산과 고령화시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그러나 정부가 성장을 주도하는 것에 반대한다. 최 후보자는 한국경제신문에 몸담고 있던 1999년 7월2일 칼럼에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 증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경환 경제팀은 성장을 시장에 맡기는 경제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후보자는 13일 “우리경제에서 시장이 4분의3을 차지하는데 비해 재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4분의1에 불과하다”며 “정부재정이 경제에 기여하는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시장과 호흡하면서 신뢰를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후보자는 기업들의 자율경쟁을 위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을 위해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여주는 친기업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 후보자는 이미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선 당시 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줄, 푸, 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 정책을 만든 적이 있다.


특히 최 후보자가 기업 지배구조를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이어온 기업들은 최 후보자의 정책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후보자는 1999년 9월7일자 칼럼에서 “기업의 역할은 효율적 경영으로 가능한 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기업 지배구조는 정부가 강요하는 게 아니라 기업 자율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추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 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이었다. 최 후보자는 지난해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편가르기식 경제민주화는 반대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제정책을 놓고 아직 이견이 엇갈린다.


최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증세보다 감세를 통해 성장을 촉진시켜 정부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최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있던 2008년 “법인세를 인하하면 내수 가처분 소득이 늘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4월 “여러 가지 준조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결코 낮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계에서 최 후보자가 증세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고 최 후보자도 과거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을 적극 강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지난해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17조 원대 추경안에 대해 “이걸로도 모자란다”며 추경확대를 주장했다.


◆ 최경환의 경제관 뿌리 만든 경제기획원


최 후보자의 경제철학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옛 경제기획원 관료 당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경제정책국에서 관료생활을 했다.


경제기획원은 박정희식 경제모델을 만든 곳이다. 1961년 설립된 경제기획원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거시적 관점의 청사진을 마련해 한강의 기적을 이끈 장본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경제기획원은 개발경제 시절 정부로부터 경제정책의 전권을 넘겨받았다. 덕분에 각종 경제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일 수 있었다. 1974년부터 1978년까지 경제기획원장을 지낸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회고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기획뿐 아니라 예산편성권까지 경제기획원에 부여했다”고 말했다.


경제기획원은 1970년대 후반부터 전두환 정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부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는 개혁적 정책을 펼쳤다. 최 후보자가 경제기획원에서 일하던 때가 바로 이 시절이다. 최 후보자의 경제관은 사실상 이 시절의 경험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절 경제기획원 관료들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당시 경제기획원 관료였던 김재익 경제기획원 기획국장과 김기환 경제기획원 장관 보좌역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1970년대 후반 성장위주 경제정책이 한계를 드러내자 1979년 ‘경제안정화 종합시책’을 발표했다.


안정화 시책은 물가안정과 시장기능 활성화, 적극적 개방정책이란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시행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만성적 인플레이션에 대응키 위해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정부의 직접적 시장개입을 줄여 국내시장에서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 등이었다. 또 무역개방을 통해 가격경쟁과 품질경쟁을 유도하는 정책도 추진됐다.

  최경환은 현오석과 어떻게 다를까  
▲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오른쪽)

◆ 친박계 실세, 최경환 경제팀의 경쟁력


전문가들은 최 후보자가 신임 경제부총리가 돼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큰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1기 경제팀을 이끈 현 부총리도 최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이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 역시 성장과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성장론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경제팀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추진력과 리더십 면에선 최 후보자가 현 부총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관계와 학계에만 적을 뒀던 현 부총리와 달리 최 후보자는 3선 의원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정치인 출신이란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 후보자가 정치인 경력이 있는 만큼 강력한 추진력과 돌파력으로 경제혁신 3개년 개획 등 산적한 현안을 빠르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후보자가 친박계 핵심이란 점은 그가 실세 경제부총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게 만든다. 최 후보자가 지명 직후인 15일 총부채상환비율(DTI)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그동안 부정적 입장을 취하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은 곧바로 기존 방침을 수정했다.


최 후보자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 대통령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으며 ‘원박(원조 친박)’으로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함께 정치적 고락을 함께 하며 신임을 얻었다. 최 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퀸 메이커’로 활동했다.


그동안 현 부총리의 부족한 리더십 때문에 당정청 간 불협화음 속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기재부는 힘 있는 부총리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 최 후보자가 친박계 핵심이면서 동시에 당 수장을 지냈던 인물인 만큼 경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최경환의 경제정책은 한국 경제에 ‘맞는 옷’일까


최 후보자의 경제정책은 당장 경제민주화 정책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7일 최 후보자의 부동산 규제완화 발언에 대해 “이런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경우 최 후보자의 임명을 강력히 반대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재분배 정책에 대한 최 후보자의 입장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 후보자는 2008년 대정부 질문에서 “노무현 정권이 평등과 분배라는 이념에 지배당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신자유주의를 전도했던 국제기구들이 최근 일제히 재분배정책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와 정책을 내놓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국제기구들은 지나친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핵심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최 후보자가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현실에 맞는지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13일 “경제성장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파이를 키워서 국민에게 나눠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의 발언과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474 공약(4% 잠재성장률, 70% 고용률, 4만 달러 소득)’은 이른바 ‘낙수효과’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성장위주 경제정책을 통해 대기업과 부자가 잘 살게 되면 그 혜택이 국민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 ‘MB노믹스’의 실패로 낙수효과는 없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성장위주의 경제 정책을 펼친 결과 양극화가 심화됐고 중산층이 몰락했다. 감세정책의 결과 국가채무는 147조 원까지 늘었다. 474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747(7% 성장, 4만 달러 소득, 7위권 진입)’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는 현재 최 후보자가 스스로 밝혔듯 개발경제 시대와 달리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 후보자가 1970~1980년대의 고도성장기 때 정책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맞지 않는 옷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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