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보수층 결집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끌어안으면서도 중도층을 겨냥해 박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해야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오른쪽)와 박근혜 전 대통령. |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의 대구·경북 방문 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시행일이 뒤따르면서 윤 후보가 대구에서 내놓을 메시지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윤 후보는 29~30일 이틀간 대구경북 지역을 찾는다. 이튿날인 31일 박 대통령이 사면으로 풀려난다.
윤 후보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서 원론적이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는 공직자로서 직분에 따른 일이었다 하더라도 정서적으로는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빠른 건강회복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사면 발표 당시에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이번 대구·경북 방문에서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 상승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의 텃밭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동정여론이 강한 곳인 만큼 윤 후보를 향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윤 후보는 국정농단 사태 때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할 때는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2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 동의 하에 건강상태가 어떤지 밝혀진다면 후폭풍이 대단할 것이다"며 "몸 상태가 이렇게 된 원인도 윤 후보가 형집행정지를 거부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지지층이 보기에 윤 후보가 '원죄'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윤 후보의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은 과거 보수정당 대선후보들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받았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에서 80.5%를 득표했다. 하지만 리얼미터가 이날 내놓은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를 살펴보면 윤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55.7%의 지지를 얻었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박빙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산토끼에 집중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집토끼부터 분명하게 잡아야 하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이번 대구·경북 방문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다만 윤 후보가 원론적 태도에서 한발 나아가 박 전 대통령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탄핵의강'을 건너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중도층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위험부담이 존재한다.
윤 후보의 행보 이외에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뒤 퇴원하는 시점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메시지 역시 윤 후보에게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면받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선 직전에 정치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와 앙금을 털어내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면 윤 후보로서는 보수층 재결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윤 후보를 비난하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라도 하면 보수 분열을 가속화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