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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폭풍전야', 누가 살아남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4-20 14: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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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구조조정 '폭풍전야', 누가 살아남나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운데)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 마디로 ‘폭풍전야’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총선 이후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부실기업 정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그 범위와 강도도 키우려고 한다.

더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도 경제살리기에 총대를 멘 만큼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 야당, 정부 주도 기업 구조조정에 폭넓게 공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20일 정부가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가 대한민국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근본적 검토를 해야 한다”며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을 두고 입장 밝히기를 꺼려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실직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고 경제 양극화도 심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의 발언은 야당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배경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이 크게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안있는 경제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이기 위해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저성장에 이른 한국경제를 적기에 수술대에 올려 과감하게 체질을 바꿔놓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최운열 선대위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예전에 야당이 구조조정 얘기 자체를 금기시했지만, 그래서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 일시적으로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훨씬 불리한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이날 서울 마포당사에서 기자들에게 “구조조정을 넘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미시적 구조조정 정도가 아니고 거시적 관점에서 구조개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 역시 강력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대로 경제가 어려울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 '폭풍전야', 누가 살아남나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야당까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면서 정부발 기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총선 이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연일 강도높은 기업 구조조정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민경제의 영향이 큰 업종은 상반기 중에 관계부처 협의체를 통해 취약업종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그는 부실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상기업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사업재편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5일 미국 방문길에서 “공급 과잉업종과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발언했다. 특히 유 부총리는 속도를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 논의는 지난해 말부터 이뤄졌으나 정부가 으름장만 놓을 뿐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곧 ‘제3차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5개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에 대한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취약산업 주무부서 차관급 및 금융감독원, 국책은행 등 관련기관 부기관장이 참석한다.

정부의 추진일정대로라면 금융당국은 4~6월 대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7월 초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한다. 중소기업에 대해서 7~10월 평가를 거쳐 11월 대상을 가려낸다.

◆ 해운 등 5개 업종 '태풍권', 주채무계열 기업들 '살얼음판'

업종별로 해운업과 조선업이 정부발 기업구조조정의 태풍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경제를 떠받쳐 온 산업인 만큼 옥석을 가려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호황기 방만경영으로 부실을 자초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해운업이 가장 먼저 기업 구조조정의 칼 끝에 설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선박 수출입 물동량 감소에 장기침체를 겪고 있다.

국내 해운업을 대표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그동안 자구노력에 온힘을 기울였으나 수년간 수천억 원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부채규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업도 살얼음판이긴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 악재와 경영부실로 수조 원대 적자를 낸 것은 물론 올해 들어서도 수주가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밖에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부문도 5대 구조조정 업종에 꼽히고 있다. 철강업의 경우 공급과잉에 따라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지자 자체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온힘을 쏟은 만큼 정부의 인위적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입장도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도 계열사 35개를 매각하거나 청산할 방침을 세웠다. 현대제철도 자동차 강판 등 수익성 높은 사업 위주로, 동국제강은 비주력사업 정리를 통해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5개 업종 외에 전자와 디스플레이업 등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업종은 구조조정 태풍권에 일단 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업종에 대해서 공급과잉 상황이나 부실규모, 산업에 미칠 파장 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구조조정 '폭풍전야', 누가 살아남나  
▲ 임종룡 금융위원장.
금융당국은 앞서 발표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 39곳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를 다음달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주채무계열에 올린 기준은 지난해 말 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2014년 금융기관 총 신용공여액(1810조9천억 원)의 0.075%(1조3581억 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여기에 들면 계열사간 지급보증을 통한 신규여신이 불가능해지고 기존 지급보증을 해소해야 한다. 특히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야 하고 구조가 취약하면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구조조정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올해 주채무계열로 새롭게 지정된 기업은 홈플러스와 금호석유화학, 태영 계열 3개사다.

주채무계열에서 17개 계열은 순위가 올랐다. 삼성계열이 2위에서 1위로 올라섰고 현대자동차 계열은 1위에서 2위로 내려갔다. STX조선해양은 21위에서 16위, 에스오일은 25위에서 20위, 코오롱은 26위에서 21위, 하림은 37위에서 32위로 바뀌었다. 

롯데가 10위에서 7위, 한화가 11위에서 8위, 대우조선해양이 12위에서 9위, 장금상선이 33위에서 30위로 각각 3단계 올랐다.

이 기업집단은 주채권은행들로부터 재무구조 평가 결과에 따라 취약한 계열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증자, 자산처분, 신용공여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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