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대구·경북(TK)에서 3박4일의 민생행보를 마쳤다.
정치권의 관심은 그가 대구·경북에서 '지지율 30%'의 벽을 넘어설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 후보는 13일 경북 성주와 포항을 방문하는 것으로 다섯 번째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성주에서 본인 대표 정책인 '지역경제와 지역화폐'를 주제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부부가 함께 참외 모종도 심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후보가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 25%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이번 메타버스로 바닥 민심이 들썩이고 있는 만큼 30% 지지율 획득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대구경북 지역 출신이라는 점에 희망을 걸고 있다.
실제 이 후보의 3박4일 TK 방문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민주당은 자평한다.
이 후보가 경제를 중심에 놓고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하면서 민주당을 향한 TK 지역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일정 부분 녹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1일 이 후보가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를 찾았을 때 거리에는 인파가 몰려 10m를 이동하는데 10분 이상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TK는 수십여 년 동안 온 몸을 던져 보수정권을 지지했지만 여러분의 삶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대구비행장 이전 부지에 혁신 기업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자신이 TK출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동성로 연설에서 "한 분 한 분이 최선을 다해주면 대구·경북이 디비질(뒤집어 질) 것이고 대구·경북이 디비지면 대한민국이 디비진다"며 "대구·경북이 낳은 외롭지만 유능한 대통령,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여러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희, 전두환 두 TK 출신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성과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지체시킨 것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산업화의 공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은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을 두고도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범죄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가 민주당에 싸늘한 대구·경북 지역 민심을 돌리기 위해 보수진영 대통령의 경제성과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특별히 TK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을 빼앗아 오면 상징성이 클 뿐 아니라 대선 승리에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구경북지역은 민주당에게 난공불락이었다. 민주당에 조금씩 문을 열어준 부산울산경남 지역과 차원이 다르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대구에서 2.63%, 경북에서 2.38%였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대중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대구 7.82%, 경북 9.62%였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대구 12.53%, 경북 13.66%를 얻으며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겨우 10%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18.67%와 21.65%를 기록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대구 19.53%, 경북 18.61%을 얻었다. 촛불 대선인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대구 21.76%, 경북 21.73%에 그쳤다.
한편 이 후보의 대구경북 행보를 두고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이다"며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결국 본인이 표의 확장성을 더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고 분석했다.
반면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국민들 전체가 역사적 평가에 대한, 특히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가 지역마다 불균형이고 좀 한쪽으로 치우졌다"며 "사실 어느 정도 공과 과를 올바르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