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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당선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부인 김미경씨. <뉴시스> |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번 총선 결과로 기회를 잡았다.
국민의당은 ‘야권의 심장’인 호남을 석권하며 38석을 획득해 단숨에 양당체제를 깨고 3당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제 3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것도 30석을 넘긴 것도 1996년 자유민주연합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안 대표는 대선주자로 위상도 한껏 높아지게 됐다.
국민의당은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아 목소리를 한껏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캐스팅보트 정치가 실패할 경우 돌아올 타격도 만만찮고 국민의당이 호남당의 이미지를 지니게 된 것도 불안하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모두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서 현안을 놓고 양당이 첨예하게 맞섰을 때 국민의당이 지지하는 쪽이 과반을 점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당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의석 분포가 절묘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의당은 교섭력을 바탕으로 국회 상임위에서 간사 협의권을 요구할 수도 있고 일부 상임위원장 배분을 주장할 기반도 갖추게 됐다.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19대 때 처리되지 못했던 노동5법 등 쟁점법안을 두고 여야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의당이 어떤 쪽에 서게 될 지도 주목된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에서 ‘제1당’으로 올라서면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펼쳐질 야권재편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더민주 전대표는 호남의 지지에 대선출마를 연계했지만 더민주가 호남에서 몰락하면서 당분간 야권의 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반대로 안 대표는 대권주자로서 위상은 그만큼 더 높아지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남 1당을 무기 삼아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을 끌어들여 외연을 확대하는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국민의당이 내 개인의 당이 아닌 만큼 자리를 잡고 나면 호남, 영남, 충청, 수도권의 대선후보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드러났듯 ‘국민의당=호남당’이라는 꼬리표는 안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호남 지역외에 당선자를 배출한 곳은 안 대표(서울 노원병)와 김성식(서울 관악갑) 당선자 등 단 2곳뿐이다.
안 대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싸잡아 비판하며 ‘양당 심판론’을 내세웠는데 20대 국회에서 두 당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향후 당권을 놓고도 다양한 계파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이래저래 대선주자로서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