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첨단화학소재를 다루는 해외기업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 대상을 찾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경쟁 화학회사들이 4차산업혁명과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인수합병에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은 빠른 성장을 위해 화학산업 가치사슬이 엮여 있는 고부가 특수소재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할 업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이처럼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닌 위기의식과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최근 열린 롯데케미칼 이사회에서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신사업 투자다”며 “미래사업과 관련된 심도있는 고민을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의 이런 발언을 놓고 업황에 따라 변화가 심한 기초소재에서 나아가 안정적인 첨단소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게 아니냐는 시선이 석유화학업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2020년 롯데케미칼의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기초소재(올레핀·아로마틱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고 있다.
다만 기초소재는 유가와 경기 등 시황 변화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2017년 2조9297억 원에서 시황 악화로 2019년에는 1조1072억 원에 그쳤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업이익 3569억 원 내는 데 머물렀다. 올해는 다시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2조 원 가까이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기초소재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김 부회장은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첨단소재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첨단소재사업은 주요 수요처가 비교적 고정적이고 기초소재와 비교해 수요가 일관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인조대리석소재, 고부가합성수지(ABS)를 비롯한 첨단소재부문이 2020년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적을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롯데케미칼은 경쟁 화학회사들과 비교해 재무체력이 월등히 좋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속도를 붙일 힘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 42.6%, 차입금의존도 15,9%를 나타내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는 전체 자산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의 비율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30% 이하일 때 양호하다고 평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단단한 재무체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현금성자산도 4조2743억 원가량 들고 있어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을 충분히 들고 있는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다른 화학회사들에 비해 신사업 투자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김 부회장은 이 점을 염두에 놓고 적극적으로 인수할 기업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석유화학 산업은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고 있어 롯데케미칼의 생존은 혁신적 변화 관리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김 부회장은 롯데그룹 올해 연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게 된 만큼 고부가가치 소재기업 인수합병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