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공장 투자계획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고 해외언론이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을 겨냥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며 “중국이 반도체 자급 목표 달성에 역풍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중국 D램공장에 첨단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를 반입하려는 계획을 두고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장비 반입에 합리적으로 우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이는 경제와 국가 안보 등에 연관되어 있는 문제라는 태도를 보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화웨이 등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압박을 강화해 왔다”며 “두 국가 사이 긴장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미국의 반대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압박을 못 이겨 중국에 반도체장비 도입 계획을 철회한다면 중국 정부가 쓴맛을 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중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SK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공정 투자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EUV 공정기술 개발에 수년째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 한 상태라며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 정부 압박에 계속 취약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TSMC와 삼성전자 등 EUV공정을 적극 활용하는 반도체기업들의 공장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도 중국에 불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정부의 압박은 장기적으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