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금융당국이 우회상장 규제완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금융당국이 우회상장 규제완화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수합병(M&A)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회상장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우회상장 악용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와 함께 거래소의 M&A 중개망을 이용한 기업에 한해 우회상장 시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M&A 매물 가운데 우량 비상장기업이 우회상장하는 경우 질적심사 요건에서 기업계속성 심사를 면제해 주고 심시기간도 종전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단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거래소의 M&A 중개망은 이르면 6월 플랫폼을 오픈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개망은 M&A 희망기업의 인수 가격과 방법, 경영실적, 사업현황 등을 제공한다.
금융위는 우회상장 신청기관을 현행 증권사에서 회계법인 등 거래소가 지정한 M&A 전문기관 가운데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관련 규정도 손보기로 했다.
이는 2010년 당시 우회상장 10개월 여만에 7천여명의 투자자들에세 손실을 입히며 상장폐지됐던 네오세미테크 사태가 발생한 이후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질적심사 제도를 도입한지 6년여 만에 이뤄지는 규제완화 조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회상장에 대한 질적심사가 도입된 이후 기업의 M&A가 크게 위축됐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당국과 거래소가 우회상장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회상장이란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복잡한 절차나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당국의 규제완화 방침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미흡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기업들은 지분율이나 합병 시기를 임의로 조절해 우회상장 실질심사에서 제외되는 편법을 사용해 왔다. 현행 상장규정에 따르면 비상장 법인 지분 30% 이상을 매입한 경우에만 우회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데 이 규정의 맹점을 파고든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컨대 비상장법인의 최대주주가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된 뒤 1년이 지난 후 합병을 추진하면 얼마든지 우회상장 규제를 피할 수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장외 기업 지분을 현행 규정(30%)보다 극히 적은 29.99%만 인수한 뒤 6개월 뒤 증자하는 방식으로 거래소의 규제망을 빠져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상장심사를 지금보다 더 깐깐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에 코스닥 상장시 5곳이 상장폐지됐다. 올해도 10여곳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방침대로 상장요건을 더 완화하고 상장심사를 느슨하게 하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기관투자자보다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 발굴 차원에서 우회상장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면서도 “다만 시장 교란 행태에 대해서는 당국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