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현지시각으로 17일 미국 뉴저지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과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경영진 사이 협력 논의를 바탕으로 5G통신장비 등 네트워크사업을 확대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통신장비사업은 최근 매각설이 도는 등 불안한 위치에 놓여 있었지만 이 부회장이 직접 통신장비사업에 힘을 실어준 만큼 삼성전자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입지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5G통신장비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사업부 실적 증가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NTT도코모와 KDDI, 미국 버라이즌과 US셀룰러 등 고객사에 5G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협력효과가 큰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지난해만 삼성전자와 8조 원 규모 공급계약을 맺은 통신장비 최대 고객사인데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 등 경영진과 협력방안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라 17일 미국 버라이즌 본사에서 경영진과 만났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5G통신장비 공급과 5G통신 관련사업에서 중장기 협력, 차세대 6G통신기술 공동 연구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버라이즌이 5G통신사업에서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등으로 영역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기술협력도 갈수록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버라이즌 및 퀄컴과 공동으로 진행한 최신 5G통신장비 기술 시연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5G데이터 전송속도 기록을 세우며 통신장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5G통신규격 보급 초기인 2018년에는 버라이즌의 최초 5G서비스인 가정용 브로드밴드 인터넷 보급에 협력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서비스 운영과 5G통신망 구축에 힘을 합쳤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통신인 6G분야에서도 선제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해 6G통신장비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사에 기술 우위를 확보해 통신장비사업 중장기 성장성도 강화하려 한다.
삼성전자 북미 연구소 삼성리서치아메리카는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6G통신 실험을 위한 전파 승인 허가를 신청해 6G통신기지국과 단말기 통신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와 함께 차세대 통신기술을 연구하는 글로벌 연합 ‘넥스트G’에 참여해 기술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5G에 이어 6G통신에서도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이 버라이즌 경영진을 만나 5G통신 관련 사업을 논의한 것은 통신장비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네트워크사업부를 해외기업에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서 퍼졌고 삼성전자가 결국 이런 내용을 두고 사실무근이라는 발표를 내놓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세계 5G통신장비시장에서 노키아와 화웨이, 에릭슨 등 경쟁사에 밀려 약 3%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는 조사기관 델오로의 분석이 나온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 부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버라이즌과 공개적으로 논의를 진행한 것은 네트워크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고 통신장비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이번 논의를 계기로 버라이즌과 협력분야를 넓힌다면 버라이즌의 5G통신 기반 신사업 확대 과정에서 더욱 다양한 통신장비를 공급할 기회를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은 2019년에도 한국에서 버라이즌 CEO를 만나 5G통신사업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5G통신장비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는 등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통신기지국부터 중계기, 사물인터넷용 초소형 통신장비까지 폭넓은 통신장비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신사업에서 다방면으로 협력할 수 있다.
5G통신장비사업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전장부품, 사물인터넷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사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세계 5G통신장비시장에서 아직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차세대 통신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안정적 고객사 기반도 구축한다면 통신장비를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에도 네트워크사업부 장비 생산라인을 직접 점검하고 임직원들에게 차세대 6G통신 신기술 선점 등 중장기 전략 수립을 당부하며 성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도 6월 열린 네트워크사업부 설명회에서 5G통신 관련된 사업현황과 목표를 소개하고 차세대 6G통신기술 개발에도 힘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네트워크사업부는 당분간 해외시장 공략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