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자회사 SK팜테코가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가능성과 시기를 저울질하며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분야에서 세계 주요기업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제약바이오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세우겠다는 비전 아래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SK바이오팜 등 계열사의 성공적 기업공개 사례를 SK팜테코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투자를 확대해 사업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팜테코가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사업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뒤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SK팜테코는 지금이라도 상장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다만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시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SK팜테코를 놓고 국내 상장뿐 아니라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SK팜테코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다 나스닥에 상장하면 미국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현지 바이오기업에서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따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은 7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SK팜테코를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SK 관계자는 “국내와 미국증시 가운데 어느 곳에 상장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SK팜테코는 이미 상장한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다른 SK그룹 바이오의약품 계열사보다 매출규모가 훨씬 크다. SK그룹 차원의 바이오사업 성장동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SK팜테코의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7104억 원으로 SK바이오팜의 260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의 2256억 원을 모두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태원 회장으로선 SK팜테코 상장을 통해 그룹 차원의 바이오 신사업 육성에 더욱 힘줄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에서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과 만나 “SK팜테코 등을 통해 미국과 바이오사업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SK는 최근 기업인수 및 지분참여를 통해 SK팜테코의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사업 역량을 쌓고 있다.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은 11월16일 열린 투자자간담회에서 연내 미국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기업 CBM 투자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CBM은 SK의 투자를 토대로 인적, 물적 인프라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세계 최대 제약시장 미국에서 바이오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SK팜테코의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사업을 키우기 위해 미국 관련 기업에 추가로 투자하거나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등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앞서 SK는 3월 지분 70%를 인수한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기업 이포스케시에 5800만 유로(800억 원)을 들여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 시장규모는 2020년 20억 달러(2조 원)에서 2026년 101억 달러(12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기업은 스위스 론자, 미국 카탈란트와 서모피셔 정도만이 꼽히고 있어 SK팜테코가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이동훈 센터장은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사업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팜테코 상장으로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계열사의 성공적 기업공개 사례를 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2020년 5월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미국에 출시하고 난 뒤 같은해 7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2020년 7월과 8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1년 3월 코스피시장에 입성했다.
SK팜테코까지 상장해 충분한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SK그룹 실적에 바이오사업이 기여하는 폭을 늘린다면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긍정적일 수 있다.
최 회장은 제약과 바이오를 육성하겠다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2002년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분야가 그룹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장기비전을 내놓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