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선사 유로그린마리타임은 6억5천만 달러(77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12척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유로그린마리타임은 5만 DWT(순수 화물적재톤수)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발주를 위해 여러 조선소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그린이 발주후보로 삼은 조선소로는 현대미포조선과 중국의 조선소 3곳 등이 꼽힌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이번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미포조선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절반가량을 수주할 정도로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로그린마리타임이 이 석유화학제품운반선 12척을 발주할 시기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신 사장은 대규모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수주를 통해 ‘반복건조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사는 한 선박을 연속해서 건조하면 작업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설계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수익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내부적으로 반복건조 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챙길 수 있다면 외부적으로 선박 수주협상에서 선박 건조가격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들고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통해 협상력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이미 석유화학제품운반선분야에서 강력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반복건조는 이를 수익극대화로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전략으로 여겨진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 올해 수주 자체는 호조세였지만 수주 선박종류가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외에 컨테이너선,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으로 다양화됐다”며 “선박종류 다양화는 자칫 건조 효율성 저하로 연결되어 수익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한 선사에서 같은 종류의 선박을 최소 10척 이상 대량 발주했을 때 반복건조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볼 수 있다”며 “최소한 설계비 등을 낮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은 맞기 때문에 반복건조는 조선사의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업황도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돼 현대미포조선이 수주를 늘릴 토대도 단단해지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유럽 및 신흥국 등의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내년 석유화학제품 물동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석유화학제품운반선 폐선율도 상승한 것으로 파악돼 신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해운·조선업 2021년도 3분기 동향 및 2022년도 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시황은 양호한 수준의 개선이 전망된다”며 “3분기 나타난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운임과 용선료 상향 흐름은 전반적 반등이 이루어지기 전단계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신현대 사장은 내년 흑자전환을 바라보고 있어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반복건조를 한다면 수익성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강재 가격 인상에 따른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으로 연간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1403억 원을 냈는데 2분기에 반영한 공사손실충당금 1892억 원의 영향이 매우 컸다.
다만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하는 선박규모(중형 선박)는 백로그(수주한 선박이 잔고에 머무르는 기간)이 짧아 비교적 빠르게 실적에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짧은 백로그는 수주잔고 소진이 빨라 주기적 일감 확보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수주를 확보한다면 그만큼 빠르게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 현대미포조선 영업이익을 놓고 100억 원대에서 1200억 원대까지 다양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LPG운반선, LNG운반선 등 가스운반선으로 선박종류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앞서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안정적 수익성을 다져 흑자전환 폭을 더 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신 사장은 2018년 11월 현대미포조선 대표에 오른 뒤 첫 임기를 보내고 지난해 11월 임원인사를 통해 연임이 결정됐다. 임기 2기는 올해 3월26일부터 시작됐다.
신 사장은 임기 2기의 첫해 좋은 수주실적을 거뒀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으로 석유화학제품운반선 36척, 컨테이너선 27척, LPG운반선 18척 등을 합쳐 모두 92척, 42억900만 달러의 선박을 신규수주했다 올해 목표 35억 달러의 120.3%를 이미 달성한 것이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최근 가스운반선 등으로 다각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석유화학제품운반선 경쟁력도 꾸준히 유지해 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건조하는 선박규모 특성상 빠른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