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빙그레에 따르면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조직구성과 구체적 운영방안 등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조직구성과 구체적 운영방안은 앞으로 마련해 나가겠지만 장기적으로도 별도 사업조직을 유지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며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을 뿐이지 합병과는 달라 별개 사업체로 운영할 계획이지만 변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을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생산과 영업, 판매, 인사 등은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다만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있다.
일부 원재료는 공동으로 구매하고 약화된 해태아이스크림의 국내 영업망을 개선하는 데 빙그레의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또 업무편의를 위해 IT시스템을 통일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빙그레는 빙그레의 ‘슈퍼콘’과 해태아이스크림의 ‘마루’ 시리즈의 공동모델로 아이돌그룹 오마이걸을 선정해 마케팅을 추진해 비용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빙그레의 해외영업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늘어났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빙과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하기 전까지 약 27% 시장점유율로 2위 사업자였다. 해태아이스크림(15%)를 인수하면서는 점유율이 약 42% 수준으로 뛰면서 1위였던 롯데제과(29%)를 제치게 됐다. 롯데푸드까지 합쳐 롯데그룹 빙과부문(45%)을 기준으로 해도 비슷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매출을 살펴보면 빙그레는 올해 3분기 연결기기준으로 매출 3544억 원을 올려 지난해 3분기 매출 2757억 원보다 28.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0%, 72.3%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해태아이스크림 실적이 포함되지 않았다.
전 사장은 우선 해태아이스크림이 지닌 브랜드 경쟁력을 활용해 해외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인수되기 전까지 해마다 300억~500억 원의 적자를 봤지만 ‘누가바’와 ‘브라보콘’, '바밤바' 등 오랜 시간 판매되고 있는 품목들이 많아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가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과 유통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동일 분류의 사업을 합병하게 되면 원재료 공동 구매, 생산 설비 및 물류 체계 공유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늘리는 등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빙과·제과제품의 경우 원재료 가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저온으로 유통돼야 하는 빙과제품은 운송비 비중도 수익성을 좌우한다.
전 사장은 해태아이스크림의 제품이 지닌 브랜드 경쟁력과 체제 개편에 드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향후 통합운영 방안 등의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매출이 증가하는 등 외형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해태아이스크림 브랜드로 해외사업에 나서면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