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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P3 네트워크 결성이 중국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해운공룡’과 정면대결을 벌일까 전전긍긍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악의 상황을 면한 셈이다.
중국 상무부는 18일 세계 1위 해운 동맹체인 P3 네트워크 설립승인을 거부했다. P3는 세계 1~3위 해운사인 머스크(덴마크)와 MSC(스위스), CMA-CGM(프랑스)이 모인 해운 동맹체로 지난해 6월 결성돼 합작법인 설립이 추진돼 왔다.
중국 상무부는 “3개 해운사의 결합 이후 아시아-유럽노선의 집중도가 크게 높아져 공정경쟁이 저해될 것”이라며 “해당 해운사들이 시정방안을 제출했지만 시장우려를 해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P3 출범이 무산됨에 따라 조양호 회장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거대 해운사와 정면대결해야 하는 위험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109 척의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머스크는 564척을, MSC와 CMA-CGM은 각각 480척과 422척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면에서 한진해운은 P3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P3가 등장하게 되면 한진해운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P3가 비용절감을 통해 운임료 하락에 나서게 되면 한진해운은 수익성 감소와 점유율 하락이란 두 가지 악재를 맞을 것으로 보였다.
국내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P3 출범 전에도 다른 해운사들보다 싸게 연료를 공급받았다”며 “P3가 출범하면 원가 경쟁력에서 국내 선사들이 경쟁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P3가 출범이 좌절된 것은 조 회장에게 호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현재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의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진해운은 올해 1분기에도 62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순손실 규모는 1년 전 347억 원에서 2244억 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조 회장은 P3에 참여한 해운사들이 보다 느슨한 형태의 해운동맹을 출범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머스크 등이 신규법인 설립을 포기하고 전략적 제휴관계인 ‘얼라이언스’ 출범으로 계획을 선회하면 각 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닐스 안데르센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정부의 결정은 충격적이지만 우리는 기존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P3가 무산됐다고 해서 해운사 간 소규모 연합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해운이 속해 있는 ‘CKYHE 얼라이언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CKYHE 얼라이언스는 지난 3월 출범한 세계 2위 해운동맹체로 중국의 코스코와 일본의 K-LINE, 대만의 양밍과 에버그린이 참여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6일 대만 에버그린 본사를 방문해 창융파 에버그린 회장을 만나 아시아 해운사 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진해운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연료비 상승세를 감안하면 대형선박으로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수송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현재 한진해운은 1만TEU(1TEU는 6미터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 선박을 10척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에 비하면 부족하다. 머스크는 대우조선해양에 세계 최대 규모인 1만827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주문해 올해까지 5척을 인도받았다.
강선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해운사들의 원가 경쟁력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운임 인상을 기대키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진해운 등 하위권 업체들은 해운동맹 강화 등을 통해 중복 노선을 줄이고 효율성 높은 선박에 투자해 원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상무부가 이번에 P3 결성 승인을 거부한 이유는 반독점법 때문이다. P3가 출범하면 결성을 주도한 3대 해운사의 시장 독과점이 심화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P3에 참여한 3개 해운사는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 운송 물량의 37%를 차지한다. 아시아-유럽 노선의 경우 점유율 40%가 넘는다.
중국 상무부의 결정은 자국 해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해운협회는 정부 심사 전부터 “P3가 만들어질 경우 아시아-유럽 노선 점유율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47%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출범을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