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신한자산운용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3분기까지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이창구 사장이 재연임할지 주목된다.
이 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1년 연임해 2021년 12월31일 임기가 만료된다. 통상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들은 첫 선임 때 2년 임기를 보장받고 그 뒤 1년씩 연임하는 구조가 많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연말인사는 12월에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표이사 연임여부는 아직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올해 신한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가 된 신한자산운용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1월 프랑스 BNP파리바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신한자산운용 지분 35%를 매입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이름을 신한자산운용으로 변경했고 BNP파리바 측의 외국임 임원들과 이사진도 모두 물러나면서 이창구 사장은 경영 자율성을 확보했다.
이 사장은 올해 BNP파리바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ETF(상장지수펀드)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등 체질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자산운용을 기존보다 공격적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과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시절에는 보수적 운용을 추구하는 유럽계 금융회사 특성에 따라 운용자산의 40% 이상을 채권으로 보유하는 등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BNP파리바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됐다.
이 사장이 변화에 집중한 결과 신한자산운용은 2021년 3분기 누적으로 순이익 255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2020년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35.2% 증가한 것이다.
이 사장이 실적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신한자산운용 사장은 신한은행장과 신한카드 사장, 신한금융투자 사장, 신한라이프 사장과 함께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들어가는 자리로 여겨진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신한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거쳤다.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신한금융그룹 주력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가 대부분 2022년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재연임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게다가 신한자산운용은 신한대체투자운용 흡수합병을 앞두고 있다. 조용병이 회장은 사장을 바꾸지 않는 것이 그룹 전체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2022년 1월1일자로 신한대체투자운용을 흡수합병하는데 당분간 통합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사장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신한자산운용은 2022년 초 합병 뒤 당분간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하고 통합이 마무리되면 단독대표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합병 초기에는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어떻게 할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자산운용시장에서 최근 부각되고 있는 ETF(상장지수펀드)와 타깃데이트펀드(TDF)사업을 강화하며 신한자산운용의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그룹은 KB금융그룹과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고 있어 비은행부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한자산운용은 아직 카드, 보험, 캐피탈 등과 비교해 이익 기여도가 매우 낮아 규모를 더 키울 필요가 크다.
올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의 순수익은 각각 3천억~5천억 원대로 모두 같은 기간 신한자산운용의 순수익 255억 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경쟁사인 KB자산운용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인 608억 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운용자산 규모를 키운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현재 70조 원 수준으로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치면 80조 원까지 늘어난다. KB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약 110조 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