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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입사하려면 이공계 졸업해야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6-18 17: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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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입사하려면 이공계 졸업해야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그룹의 이공계 출신 선호 현상이 올해에도 여전하다. 이번 상반기에 진행된 공채 합격자 10명 중 8명이 이공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의 주력 계열사에서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데다가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때부터 시작된 이공계 출신에 대한 신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에서 이공계 출신 80%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총 4천여 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이 중 80%가 이공계 출신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신입사원 중 이공계 출신이 전체의 85%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도 전자부문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SDS의 이공계 비중도 80∼90%에 달한다.

삼성그룹의 이공계 출신 선호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신입 공채 9천 명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80%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은 2000년대 이후부터 전체 신입사원의 80% 이상을 이공계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공계 사랑은 올해 초 크게 논란이 됐던 총장추천제 전형에서도 드러났다. 삼성그룹이 통보한 대학별 할당인원을 살펴보면 이공계가 강세인 대학교에 많은 인원이 배정됐다. 당시에도 “이공계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가 삼성전자인 만큼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애플이나 중국의 ‘화웨이’ 등 글로벌 제조기업들과 경쟁하려면 기술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인문계 출신 위주로 채용이 진행되던 일부 계열사에서도 이공계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원래 어학 능력을 갖춘 인문계 출신이 주로 입사했으나 최근 들어 이공계 출신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무역사업이 위축되면서 회사의 성격이 변하고 있는 탓이다. 2009년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건설부문이 67%, 상사부문이 33%를 차지했다. 그러나 상사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전체의 9%대까지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상사부문의 채용이 줄었고 건설부문의 이공계 채용이 늘어났다.

상사부문 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회사의 주력부문이 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이공계 출신을 더 선호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이공계 비율은 30~40%대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밖에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 삼성의 금융계열사들도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이공대생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 입사하려면 이공계 졸업해야  
▲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 관리보다 기술, 대를 이은 삼성의 이공계 사랑

삼성그룹이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이병철-이건희 회장때부터 내려오는 삼성그룹 고유의 인재철학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관리보다는 기술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지금과 같은 공개채용 시험을 통해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한 곳이다. 삼성그룹의 공채 1기 시험은 1957년 서울대 상과대학 강당에서 진행됐다. 총 2천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27명의 최종합격자가 나왔다.

이 중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출신이 12명이다. 아직 삼성전자나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가 생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관리보다 기술을 중시하는 삼성그룹의 인재철학이 형성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은 엔지니어 사장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의 회장 자리에 오른 직후 “기술의 진행방향을 아는 사람이 삼성전자의 CEO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부문 출신인 안시환 전 삼성전자 사장을 제일제당으로 발령보냈고 서울대 공대 출신의 강진구를 삼성전자 사장에 앉혔다.

이 회장은 CEO도 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업경영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져 기술이 곧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생존조건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이런 인사 정책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의 기술 관련 계열사들에도 영향을 미쳤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이 지난해 말 단행한 사장단 인사를 보면 삼성그룹 CEO의 절반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 27개 계열사에 몸담고 있는 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진 48명 중 이공계 출신은 절반이 넘는 25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대 출신 CEO들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확실한 성과를 내면서 그들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졌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성공신화를 이끈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하대학교 공대 출신이며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공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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