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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16일 한진해운 제 37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계속되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항공기 도입과 호텔건축 등 신규사업으로 인한 부담도 만만찮다. 중동 항공사들이 한국시장에 공세를 취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에쓰오일 지분을 사우디 아람코에 팔아 현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람코는 협상에 미온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지난 17일 하향조정했다.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에쓰오일 지분 매각 등 대한항공이 추진중인 재무구조 개선계획의 이행성과가 미흡하다”며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간 신용연계성 증가 등으로 관계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 부담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한진해운이 시행한 4천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율을 4.3%에서 33.2%로 높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조 회장은 평소 ‘육해공 3각물류 완성’이라는 경영전략 아래 한진해운을 중요하게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며 “이 경우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에 연결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올해 운송업계 경기불황 등으로 5천억 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낼 것으로 추측된다. 이 회사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대한항공은 올해 사실상 순이익 흑자전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이 A380 등 새 항공기를 들여오고 계열사를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텔 재건축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재무적 부담을 높인다고 봤다. 두 사업 모두 조 회장이 포기하기 힘든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항공기를 들여올 채비를 갖췄다. 경쟁사인 금호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초대형 항공기인 A380을 도입했다. 조 회장도 지난 5일 “항공기 부분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해 80억 달러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며 “항공기 도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대한항공의 재무안전성 개선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참여한 미국 호텔건설사업도 투자가 늦어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전체 투자금 중 7800억 원의 지급보증을 약속했다. 이 사업은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추진중이다.
조 회장은 한국과 중동 노선에 눈독을 들이는 중동계 항공사들과도 맞서야 할 처지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은 한국정부에 인천공항과 두바이 간 노선을 현재의 주 8회에서 최대 21회까지 늘릴 것을 요구했다. 이 노선은 UAE 소속의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현재 각각 주 7회와 5회씩 운항중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인천과 두바이 간 노선 운항 횟수가 늘어날 경우 대한항공이 에미레이트항공에 밀릴 것으로 봤다. 에미레이트항공보다 항공기 좌석 수가 적고 탑승률도 20%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해당 노선의 에미레이트항공 탑승률은 78%이나 대한항공은 57%에 불과하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재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쓰오일 지분매각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28.41%를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에 팔기 위해 협상중이다.
그러나 아람코가 2조 원 이하의 인수가격을 제시하면서 매각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그동안 에쓰오일 주가는 지난해 말 7만4천 원에서 최근 5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조 회장은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해 칼리드 알 팔리흐 아람코 총재와 직접 만났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