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제품 '아이폰SE'을 앞세워 보급형 스마트폰시장으로 공략을 확대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하자 삼성전자처럼 연구개발비를 줄이고 부품을 효율화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중점을 둔 변화를 꾀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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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4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이 아이폰 출시와 판매전략에서 점차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전략을 닮아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이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삼성전자'처럼 변해가고 있다"며 "제품 라인업을 늘리면서까지 판매량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애플이 최근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와 9.7인치의 아이패드 프로 새 제품을 내놓은 것을 놓고 이렇게 평가했다.
애플은 2012년 아이폰5 출시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사업에서 단일모델로 승부를 걸었지만 이듬해 아이폰5S와 저가형의 아이폰5C를 내놓으며 스마트폰 다변화를 추진했다.
그 뒤 아이폰6부터는 신제품을 화면크기를 달리한 두 가지 모델로 출시하며 일부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는데 이번에는 아이폰6S와 성능이 동일하고 화면크기만 작은 보급형 신제품을 내놓았다.
아이패드 역시 초기에는 9.7인치 모델만 있었지만 애플은 8인치의 미니 시리즈와 12.9인치의 프로 시리즈를 내놓은 데 이어 프로 모델을 별도 라인업으로 분리하며 화면크기를 다양화했다.
포브스는 "애플은 이전에 단일 상품만으로도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이젠 그렇지 못한 듯하다"며 "삼성전자가 여러 가격대의 시장을 동시공략해 성공했던 전례를 따라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아이폰SE의 개발에서도 시장반응과 신제품에서의 혁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전의 전략보다는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기 위한 목표로 설계된 제품디자인을 내놓았다.
시장조사기관 칩웍스에 따르면 아이폰SE에 내장된 AP(모바일프로세서)와 메모리반도체, 등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6S를 위해 생산됐던 부품의 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판 모양과 제품 외관은 모두 아이폰5S와동일하다.
포브스는 "팀 쿡은 애플의 최고운영자(COO)로 근무하며 쌓은 부품공급과 재고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아이폰SE에 집약했다"며 "아이폰6S의 판매가 기대보다 저조하자 남은 부품을 활용할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아이폰5S의 디자인을 아이폰SE에 그대로 적용한 것 역시 디자인을 변경할 때 드는 연구개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신제품 갤럭시S7의 개발비와 생산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외관과 디자인을 갤럭시S6과 비슷하게 유지한 것과 같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모두 세계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하자 판매량 감소에 선제대응하며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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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SE'. |
하지만 애플이 혁신을 버리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는 데 대해 외신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전문지 매셔블은 "그동안 애플은 최선의 상품만을 내놓고 삼성전자는 팔릴 수 있는 모든 상품을 내놓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애플은 몇년째 혁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애플이 제품을 콘텐츠 생태계라는 강력한 무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라인업 확대를 통해 사용자를 늘려 삼성전자와 다른 결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컴퓨터월드는 "아이폰SE는 애플의 향후 스마트폰사업 전략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이라며 "기업이 성숙기에 들어선 만큼 하드웨어 혁신보다는 콘텐츠 플랫폼을 통한 수익을 내기 위해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