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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한상범 부회장의 TV 올레드패널에 대한 뚝심이 LG디스플레이를 위기에서 구해낼 것인가?
LG디스플레이가 중국발 LCD패널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에 직격탄을 맞아 올해 1분기에 1천억 원대의 적자를 봤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위기에 빠져있다.
그러나 프리미엄TV시장에서 올레드TV의 판매비중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LG디스플레이가 TV 올레드패널을 성장동력으로 보고 미련할 정도로 투자를 확대해온 성과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 올레드TV, 프리미엄 TV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르나
3일 업계에 따르면 올레드TV가 프리미엄 TV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전 세계 올레드TV 판매량은 16만8천 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84.6%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의 구매력이 높은 북미와 서유럽을 바탕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레드TV가 글로벌 프리미엄TV 시장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며 "올해 올레드TV의 수요는 지난해보다 275% 급증해 150만 대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레드TV는 아직 가격대는 높지만 프리미엄 T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화질이나 희소성의 면에서 LCD TV와 확실한 차별점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박연선 한국색채학회 명예회장은 “올레드패널은 블랙 표현이 완벽해 색 재현력이 뛰어나다”며 “색 경계가 뚜렷해 원근감 표현도 좋아 털 하나하나도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올레드TV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고 TV용 패널사업을 올레드 중심의 생산라인을 갖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부회장은 2018년까지 TV용 올레드패널 생산시설에 투자를 집중해 연간 생산능력을 최대 400만 대 수준까지 키워 나갈 계획을 세웠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경기도 파주에 1조8천억 원을 들여 올레드패널 생산공장 'P10'을 짓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2018년까지 TV용 올레드패널 설비에 투자할 금액은 5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해도 LCD패널에 대한 라인증설 등 신규투자계획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모든 투자가 올레드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TV용 올레드패널 시장규모가 지난해 9억2천만 달러 수준에서 2019년이면 73억9700만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LCD패널의 치킨게임
한상범 부회장이 TV용 올레드패널 생산규모를 키우는 데 속도를 내는 이유는 LCD패널사업의 부진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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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디스플레이가 TV용 올레드패널을 공급한 LG전자의 'LG시그니처 올레드TV'. |
전 세계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지난해부터 LCD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실적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이 1천억 원대에 이르러 적자전환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들어서 LCD패널 가격은 원가수준으로 떨어졌고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LCD패널 제품들을 손해를 봐가며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산업은 전방산업인 TV, 스마트폰 등 완제품산업의 업황에 따라 패널 가격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 변동성이 심한 산업으로 꼽힌다.
즉 TV업체들의 LCD패널에 대한 재고조정이 끝나고 LCD패널의 수요가 다시 늘기 시작하면 LG디스플레이도 실적부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LCD패널시장의 불황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수요상황과 무관하게 공급량을 크게 늘리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는 점에서 과거의 부진과 차원을 달리한다.
중국 BOE,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중국정부의 투자를 등에 업고 대규모 LCD패널 생산라인을 갖춘 공장들을 지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LCD패널의 가격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중국정부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의 LCD패널에 대한 투자규모를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당장의 실적 회복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상범 부회장은 결국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올레드패널로 LG디스플레이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 올레드TV의 과제, 생산수율
한상범 부회장은 TV 올레드패널의 가격대를 더 낮춰 올레드TV시장 자체를 키워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V용 올레드패널을 대부분 LG전자에 공급한다.지난해 전 세계에 출하된 올레드TV 가운데 80% 이상이 LG전자의 올레드TV 모델이었다.
한 부회장은 TV업체들과 '올레드 얼라이언스'라는 연합체를 구성해 올레드TV를 출시해줄 TV업체들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스카이워스, 콩가 등 중국 TV업체들과 일본의 파나소닉이 올레드TV에 관심을 보이고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이들의 주력은 여전히 LCD TV이다.
TV업체들이 올레드TV 생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TV용 올레드패널의 가격대가 아직 높아 원가 경쟁력 면에서 불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TV업체들은 4K급까지 화질을 높인 TV로 경쟁하고 있는데 4K급 화질의 TV용 올레드패널의 원가가 LCD패널 원가보다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이는 TV 올레드패널의 생산수율이 아직 충분한 수준에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부회장은 1월 세계가전박람회에서 "풀HD 화질의 TV용 올레드는 황금수율을 달성했다고 보지만 4K급 화질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올해 안에 적정 수율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삼성, 올레드TV시장 진입할까
한상범 부회장으로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TV시장에 진입하는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TV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특히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시장에서 4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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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
즉 삼성전자가 올레드TV를 내놓고 시장에 진입한다면 TV용 올레드패널의 시장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TV시장 진입은 시장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겉으로는 올레드TV시장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올레드TV는 생산수율 문제와 가격경쟁력 등 문제로 아직 검토단계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TV용 올레드 생산계획에 묻자 기술개발은 열심히 하고 있다며 시장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상범 부회장도 "삼성도 타이밍의 문제일 뿐 언젠가 올레드TV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TV 올래드패널에서 기술협력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올레드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원한다면 우리의 올레드 패널을 공급할 생각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기술공유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TV용 올레드에서 독주하나
LG디스플레이는 TV용 올레드패널시장에서 당분간 독주체제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다른 디스플레이업체들이 TV용 올레드패널 기술력 확보에 뛰어든다고 해도 단기간에 양산기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NH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는 TV용 올레드패널 시장지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차별적인 설비투자가 곧 경쟁업체들이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격차를 벌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LG디스플레이가 2012년에 처음 55인치 TV용 올레드패널을 내놓았을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기적이라 평가하면서 양산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더 큰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레드패널의 양산기술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TV 올레드패널은 스마트폰 올레드패널보다 면적 자체가 큰 만큼 공정수율을 안정시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많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일찌감치 스마트폰 용도의 중소형 올레드패널에 집중하고 TV용 올레드패널 개발을 뒤로 미룬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TV 올레드패널에 대한 연구개발에 10년 동안 역량을 집중해 현재의 양산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기술은 경쟁업체들과 최소 3~5년의 기술격차가 있다"며 "독과점적 공급구조를 갖추게 돼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곧 이익증가로 직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