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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
복합할부 금융상품 존폐를 놓고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업체의 편을 들며 상품폐지를 요구한다. 반대로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과 중소캐피탈사들은 상품판매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1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삼성카드, JB우리캐피탈, 현대캐피탈, 삼화모터스, YMCA 등 카드·캐피탈·자동차 업계·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복합할부금융상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복합할부금융은 2010년 금융감독원이 도입한 것으로 차를 살 때 카드사가 먼저 차량구입 금액을 납부하고 고객이 카드사에 할부금을 갚아나가도록 하는 제도다. 자동차회사, 캐피탈회사뿐 아니라 카드사가 계약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일반할부금융과 구별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회사는 카드사에 2% 가량 가맹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드사는 수수료 중 0.6~1% 가량을 제휴 캐피탈회사에 떼어 준다. 캐피탈회사는 고객에게 0.6~1%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할부이자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카드사 가맹점에 수수료 비용을 지불하느라 수익이 악화되고, 장기적으로 자동차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며 복합할부 금융상품의 폐지를 주장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 3월 금융감독원에 상품폐지를 요청했다.
이 상품의 판매를 사실상 독점해온 현대캐피탈도 자동차회사들과 입장이 같다. 자동차회사가 가맹점 수수료를 부담하는 만큼 카드회사가 부당하게 이익을 보고 있다고 현대캐피탈은 주장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황유노 현대캐피탈 부사장은 "대기업 카드회사가 상도의에 어긋나는 상품을 만들어 현대차가 연간 판촉비 예산 8천억 중 2천억 원을 카드 수수료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부사장은 또 "판촉비 예산 중 많은 돈이 캐피탈회사와 카드회사로 들어가서 판촉을 하기 어렵다"며 "복합할부금융 상품은 대기업 계열 카드회사가 자동차회사로부터 수수료 이익을 빼앗는 것인 만큼 상품판매금지 가처분소송 등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속할부금융회사로서 통합마케팅 전략을 추구하고 현대자동차그룹과 일체화된 사업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자동차회사들과 같이 복합할부 금융상품 폐지를 요구하는 실질적 이유다.
자동차 할부금융 실적에 의존하는 캐피탈업계에서 현대캐피탈은 시장점유율이 압도적 1위다. 현대기아차는 새차를 팔 때 할부를 원하는 고객에게 현대캐피탈을 연결해 준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판매비중이 높은 만큼 현대캐피탈의 시장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카드회사와 중소캐피탈회사들은 자동차 업체와 현대캐피탈의 주장에 반대하며 상품판매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상호 삼성카드 상무는 토론회에서 “자동차 구입시 대금결제 방법은 전적으로 소비자 선택의 문제인 동시에 소비자에게 금리혜택을 줄 수 있다”며 “신용카드업의 본질이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고 이 상품은 이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삼성카드는 현재 복합금융상품 시장에서 현대카드의 뒤를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복합할부 취급액 규모는 현대카드가 1조5천5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 1조2천500억 원, 신한카드 6천600억 원, KB국민카드 3천600억 원 등이었다. 삼성카드는 이 상품이 계속 판매될 경우 현재 점유율 1위인 현대카드의 자리를 넘볼 수 있다.
한 중소캐피탈사 관계자도 "이번 논쟁은 소비자 선택의 문제"라며 "만약 카드복합결제가 폐지되면 소비자 금리인하 혜택은 사라지고 현대캐피탈의 독과점체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상품을 계속 판매할 것을 주장했다.
일부 캐피탈회사들은 카드회사들과 제휴해 고객에게 복합할부 금융상품을 판매해 왔다. 그만큼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시장점유율도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전체 신차 판매시장에서 2011년 66.8%에 달했던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시장점유율은 지난 해 56.5%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