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투자금융(IB)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벽지 인수전에서 KCC컨소시엄이 유력한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인수를 통해 KCC그룹이 계열분리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힘을 얻고 있다.
KCC그룹은 2020년 1월 KCC와 KCC글라스가 인적분할하면서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큰 아들 정몽진 회장이 KCC를, 둘째아들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를 맡고 셋째아들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을 맡는 방법으로 형제들의 독자경영체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도 KCC글라스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정몽진 회장인 점 등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완전한 형태의 계열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12월 KCC글라스가 코리아오토글라스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KCC글라스의 최대주주가 정몽진 회장에서 정몽익 회장으로 바뀌게 됐으나 여전히 서로의 지분 관계는 남아있었다.
올해 5월 정상영 명예회장의 보유지분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현재 KCC의 최대주주는 정몽진(22.58%), 정몽익 (8.47%), 정몽열(6.31%), KCC글라스의 최대주주는 정몽익(26.06%), 정몽진(8.56%), 정몽열(2.76%), KCC건설의 최대주주는 KCC(36.08%), 정몽열(29.99%) 등으로 구성된 상태다.
KCC그룹 사이의 순환출자구조를 끊고 형제들 각자의 기업지배력을 올리기 위해서 정몽진 회장이 들고있는 KCC글라스 지분 8.56%와 정몽익 회장의 KCC 지분 8.47%를 서로 맞교환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문제는 지분가치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KCC 주가는 34만8500원, KCC글라스는 6만3800원인데 정몽익 회장이 보유한 KCC 지분가치는 2622억 원, 정몽진 회장이 보유한 KCC글라스의 지분가치는 872억 원이다. 약 3배 차이가 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관점에서 KCC글라스의 주가 상승이 오너 일가에 유리하다”며 “형제사이 지분 스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KCC글라스의 주가가 상승해야 형제들의 공평한 재산배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KCC글라스는 1,2분기 연속으로 최대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실적 개선을 이뤄냈으나 3분기에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불안에 따른 자동차 생산차질로 고마진 제품인 자동차 안전유리의 납품도 줄어들면서 실적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이처럼 실적 개선만으로는 KCC와 동등한 수준의 주식교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한벽지 인수를 통한 KCC글라스의 외형 확대가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신한벽지를 인수하는 KCC 컨소시엄의 지분 구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관련업계는 인테리어 브랜드인 홈씨씨를 보유한 KCC글라스와 신한벽지의 시너지가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벽지시장은 현재 유통망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위업체들이 과점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2020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신한벽지는 LX하우시스에 이어 국내 2위의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국내 벽지시장 규모는 4200억 원 내외로 추정되는데 건자재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 일어난 인테리어붐 현상을 타고 벽지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벽지 매각규모는 1300억~15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벽지는 2020년 개별기준으로 매출 836억 원, 영업이익 110억 원을 냈다.
KCC그룹 관계자는 "신한벽지 인수에 KCC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것은 맞으나 구체적 컨소시엄의 구성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