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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왼쪽)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7' 공개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가상현실에서 삼성전자는 콘텐츠에 약하다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체적으로 개발한 콘텐츠에서 쓴맛을 수없이 봤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사업을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어 확실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고 사장은 페이스북을 원군으로 삼아 스마트폰과 가상현실기기 등으로 이루어진 자체 생태계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 콘텐츠 플랫폼 '밀크' 중단 가능성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인 '밀크'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콘텐츠사업의 브랜드를 '밀크'로 재편하고 밀크뮤직과 밀크비디오, 가상현실 전용 플랫폼 밀크VR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밀크뮤직 서비스를 호주에서 4월 중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출시한 지 1년만이다. 서비스 중단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뉴스닷컴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음악시장 공략에서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며 "애플뮤직 등 경쟁서비스에 우위를 갖추지 못하고 시장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해석했다.
삼성전자가 밀크 플랫폼 확대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어져 왔다.
엔터테인먼트지 버라이어티는 "삼성전자는 밀크뮤직과 밀크비디오가 모두 쇠락의 길을 걸으며 콘텐츠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라이어티는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밀크사업부서에서 일하던 임직원이 대거 퇴사하거나 다른 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밀크 플랫폼에서 동영상서비스인 밀크비디오와 음악서비스 밀크뮤직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밀크VR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망이 밝지 않다.
전자전문매체 리코드는 "콘텐츠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고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야심차게 출시한 밀크VR마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사업에 처음 진출한 2014년 가상현실 콘텐츠 전용 플랫폼 밀크VR을 출시했다. 밀크VR은 사용자들이나 기업이 가상현실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유통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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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음악서비스 '밀크뮤직'. |
하지만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밀크VR을 총괄하던 매트 압펠 부사장이 최근 돌연 퇴사하자 밀크VR의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리코드는 "압펠의 퇴사는 삼성전자의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강화 전략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며 "이전부터 오래도록 지적돼 왔던 약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압펠이 밀크VR을 담당하지 않게 된 것은 맞다"며 "하지만 밀크VR을 포함한 밀크 플랫폼의 콘텐츠 서비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과거에도 콘텐츠 플랫폼을 여럿 내놓았지만 실패한 사례로 비춰볼 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체 콘텐츠 유통서비스인 삼성북스와 삼성비디오, 삼성뮤직 등을 모두 종료했다. 또 갤럭시노트5 출시와 함께 실시간 콘텐츠 공유 플랫폼 '라이브 브로드캐스트'를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그다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 가상현실에서 협업으로 돌파구 마련
고동진 사장은 콘텐츠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확보해 스마트폰시장에서 브랜드 차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추격하고 있다. 애플만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서 차별화에 성공해 점유율과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수많은 음악과 동영상 콘텐츠를 애플 기기 사용자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새로 내놓은 스트리밍 음악서비스 '애플뮤직'도 가입자를 늘리며 순항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사업에서 지위를 유지하려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결국 삼성전자만의 콘텐츠 확보는 더욱 중요해진다.
고 사장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상현실에서 찾고 있다. 가상현실사업의 경우 아직 뚜렷한 경쟁사가 없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어 시너지도 키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북스와 삼성비디오 등에서 실패한 이유로 아마존 등 글로벌 경쟁사의 콘텐츠와 사용자 수를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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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가상현실기기 '기어VR'. |
버라이어티는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무리하게 콘텐츠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기보다 이미 콘텐츠와 사용자 기반을 모두 확보한 기업에 협력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콘텐츠분야에 거듭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가상현실에서 페이스북과 협업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7의 출시행사에서 가상현실을 주요 주제로 삼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등장시켜 협업계획을 발표한 것은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콘텐츠분야의 최대 약점이 사용자 기반 확보였던 만큼 세계 16억 명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삼성전자에게 강력한 원군이 될 수 있다.
저커버그는 "가상현실은 강력한 차세대 콘텐츠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기기에 페이스북과 오큘러스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갤럭시S7과 함께 사용자들이 직접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360도 카메라를 출시했다. 콘텐츠 제작을 전문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맡겨 생태계를 빠르게 넓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고 사장은 "가상현실 콘텐츠는 앞으로 사용자들과 업체들의 적극적 참여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미국의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사에 4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무선사업부 내부에서도 가상현실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가상현실에서 경쟁업체보다 먼저 뛰어들고 강력한 협력사도 확보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콘텐츠사업에서 이어온 실패를 마침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