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과 두산DST 매각으로 생긴 빈 자리를 무엇으로 메울까?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과 방산기업인 두산DST 매각으로 1조4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의 발판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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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하지만 이 사업들을 대신할 새로운 사업을 키워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연료전지사업과 면세점사업을 꼽았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은 30일 한화테크윈이 두산DST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한화테크윈은 두산DST 지분 100% 인수가격으로 6950억 원을 제시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DST 매각은 경기회복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계약서 협의를 거쳐 이른 시간 내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산DST는 두산의 100% 자회사 DIP홀딩스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고 재무적투자자가 나머지 49%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DST 매각으로 두산은 약 350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DST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7천억~8천억 원의 매각가격을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보는 적정가는 5천억~6천억 원 수준으로 두산의 희망가격과 격차가 컸다. 따라서 두산그룹이 두산DST를 매각해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2천억 원대로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매각 본입찰에서 방산업계 라이벌인 한화그룹과 LIG그룹이 맞붙으면서 매각가격이 상승했다.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를 짊어진 박정원 회장에게도 다행인 셈이다.
박 회장은 28일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재무개선작업을 차질없이 마무리 해 튼실한 재무구조를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작기계사업과 두산DST 매각으로 지금까지 박 회장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주요사업 매각에 따른 출혈은 작지 않다.
두산 공작기계사업은 지난해 매출 1조6629억 원, 영업이익 717억 원을 냈다. 두산DST도 지난해 매출 6932억 원, 영업이익 408억 원을 올렸다. 두 사업을 합하면 매출 3조3천억 원, 영업이익 1100억 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박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했다. 박 회장이 기존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낼지 주목된다.
박 회장이 가장 눈여겨 보고 있는 분야는 연료전지사업이다. 박 회장은 “연료전지사업을 세계 최고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신재생에너지원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에서 2007년 발전용 연료전지 독자개발에 나서며 연료전지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4년부터 연료전지사업을 본격화했다. 두산은 2014년 국내에서 퓨얼셀파워, 미국에서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하며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두산의 연료전지사업은 지난해 매출 1684억 원, 영업이익 55억 원을 거둬 흑자로 전환했다. 여기에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서부발전 등 국내 발전소 공급분을 중심으로 5875억 원의 수주실적을 올리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혔다.
두산은 올해 연료전지사업에서 수주목표 8450억 원을 잡았다. 정부가 10년 내 전체 발전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기대된다.
두산그룹이 새로 시작하는 면세점 사업도 주목된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5월 동대문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개장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면세점사업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20여년 만에 면세점사업으로 유통사업을 확대하게 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용만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동대문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을 출범하고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 전무가 면세점 전략담당을 맞는 등 두산가 오너일가가 직접 나섰다.
연료전지사업이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한다면 면세점사업의 앞길은 낙관하기는 어렵다. 명품 브랜드 입점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가 정부가 면세점 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사업이 박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지 짐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