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자회사 대신F&I가 부동산개발회사(디벨로퍼)로 안착할 수 있을까?
부실채권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대신F&I는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최근 나인원한남사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다소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후속 개발사업을 통해 성과를 이어나가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F&I는 나인원한남, 춘천 온의지구 등 부동산개발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디벨로퍼로서 경험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는 부동산개발을 놓고 발굴에서부터 기획, 지분투자, 금융 조달, 건설, 운영관리까지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모든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토지와 주택만 개발하는 토지주택공사나 시공만 하는 건설회사 등과 구별된다.
대신F&I는 부실채권(NPL) 투자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였으나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인 서울 한남동 고급주택 나인원한남 사업에 뛰어들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19년 부실채권사업을 하는 투자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60.8%였는데 나인원한남 분양실적이 반영된 2021년 상반기에는 투자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28.5%로 줄고 부동산투자부문 비중이 71.5%로 늘었다.
대신F&I의 나인원한남사업 덕분에 모회사인 대신증권은 주력인 주식중개업이 쪼그라드는 어려움 속에서 2021년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대신증권은 2분기에 순이익 3845억 원을 내며 자기자본 규모 1위 미래에셋증권(3565억 원)의 순이익을 넘어서며 업계 1위를 보였다.
2분기 연결기준 세전이익은 5224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5030억 원이 자회사인 대신F&I가 거둔 것이었다.
대신F&I는 첫 디벨로퍼사업으로 본업인 부실채권 투자보다 더 큰 이익을 봐 개발사업에서 도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F&I의 부동산개발사업은
이어룡 대신그룹 회장의 부동산 특화 노력과도 결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부동산개발사업 확대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대신증권을 주축으로 부동산 종합개발 밸류체인의 모든 영역에 진출했다.
부동산금융 전반을 담당하는 그룹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점은 대신F&I의 부동산개발사업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신F&I가 개발사업을 발굴하면 대신증권이 자금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주선하고 대신자산신탁이 신탁관리 역할을 해 뒤를 받쳐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F&I는 나인원한남사업 때도 9천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을 했는데 대신증권이 NH투자증권과 함께 프로젝트 파이낸싱 주선을 담당했다.
다만 부동산사업의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대신F&I가 부동산개발사업자로 성공을 거두려면 나인원한남사업에서 실추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대신F&I는 7월 회사채 발행을 진행했는데 5년물 일부 물량이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대신F&I의 사업 안정성에 투자자들이 의구심을 품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5년물 투자자는 장기적 투자성과를 본다”며 “대신F&I가 나인원한남 이후 또 다른 사업을 벌였을 때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신F&I는 나인원한남사업 과정에서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분양에 성공한 뒤 단기임대사업자제도 페지를 이유로 들어 조기분양으로 변경하면서 입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법원이 소송을 기각하면서 대신F&I는 계획대로 조기분양을 진행해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액자산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도 대신F&I의 부동산개발사업 추진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신F&I를 놓고 “개발이익 재원을 새로운 개발사업 진행에 사용하면 사업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규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신F&I와 관련해 “대규모 개발사업 추가 진행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다”며 “부동산 개발사업은 대규모 자금의 선투입이 발생하고 부동산경기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신F&I에서 나인원한남사업 이후 추진할 다른 부동산개발사업 계획은 아직 없지만 계속 기회를 살펴볼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