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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 후폭풍 고심

서정훈 기자 seojh85@businesspost.co.kr 2016-03-27 12: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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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 후폭풍 고심  
▲ 왼쪽부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놓고 정부기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SK텔레콤의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부작용을 낳았던 경험도 있어 이번 심사가 그 어느 때보다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정부의 폐쇄적 방침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인수심사 장고 거듭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여부에 대한 정부기관의 심사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인수가 통신시장에 미칠 파장을 연구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직 뚜렷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말 “이번 사안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뒤 공정위는 뚜렷한 심사기준이나 방침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와 방통위의 심사일수가 늘어날수록 미래부의 인수승인 여부에 대한 발표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여부에 대한 심사는 이미 법정 한도일수인 120일을 초과했다. 국내 통신기업간 인수인가 심사 가운데 최장일수 기록을 넘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수여부에 대한 심사결과가 4월13일에 치러지는 총선은 넘겨 발표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부나 공정위, 방통위 등이 총선이라는 변수를 고려해 입장을 확정하더라도 선거가 끝난 뒤 이를 공개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 조건부 인가로 가닥 잡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대목이 정부기관에게 부담이다.

경쟁기업인 KT와 LG유플러스가 반대여론 형성에 앞장서고 있고 방송업계와 시민단체도 인수를 허가해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시장의 공정경쟁 구도가 얼마나 훼손되느냐 여부이다.

CJ헬로비전이 케이블TV와 알뜰폰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라는 점에서 SK텔레콤에 인수되면 SK텔레콤의 이 사업 지배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만일 아무런 조건 없이 인수를 승인한다면 정부가 세워놓고 있는 ‘가계비용 지출부담 인하’ 정책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에도 이동통신과 케이블TV 등에서 공정경쟁이 훼손된다고 판단해 기업 사이의 인수합병 계획을 철회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전례가 없어 정부가 단순히 이 부분을 따져 인수를 불허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CJ헬로비전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기일까지 정해놓는 등 인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점도 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인수를 승인하더라도 조건을 내거는 ‘조건부 인가’ 조치를 내릴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2002년과 2008년에 신세기이동통신과 하나로통신을 각각 인수하면서 조건부로 인수승인을 받은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경쟁기업의 반대가 거셌지만 정부가 SK텔레콤의 통신시장 점유율을 강제로 50% 아래까지 낮추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비판적 여론이 수그러들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와 알뜰폰,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펼치고 있고 이 가운데 케이블TV와 알뜰폰은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며 “만약 정부가 인수를 허가한다면 시장점유율 1위 사업인 케이블TV와 알뜰폰 가운데 하나를 SK텔레콤이 인수하지 못하게 하는 절충안을 내놓을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 '조건부 인가'도 쉽게 못 내리는 속사정

하지만 정부가 조건부 인가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일각에서 내놓는다.

SK텔레콤이 과거 신세기이동통신과 하나로통신을 인수할 당시 정부가 조건부로 인수를 승인했지만 이 효과가 극히 미미했고 오히려 SK텔레콤의 덩치만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2년 SK텔레콤이 신세기이동통신을 인수하려 할 때 인수승인 뒤 12개월 안에 통신시장 점유율을 절반 아래로 낮추도록 명령했다. 사업자 인수로 손쉽게 덩치를 키우려 한다는 주변의 반대여론을 의식한 조치였다.

SK텔레콤은 정부의 명령대로 시장점유율을 40%대 후반으로 낮췄다. 하지만 금방 이를 원래 수준으로 회복했다. 정부의 조건부 인가 결정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 한 셈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은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도 SK텔레콤에게 ‘조건부 인가’ 결정을 내리지 말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과거 두차례 사례에서 봤듯이 조건부 인가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 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에도 조건을 걸어 SK텔레콤의 계획을 승인하면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폐쇄적 심사구조 개선해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여부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나든 정부의 폐쇄적 심사 시스템이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어떤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되는지, 심사에 적용하는 명확한 기준이 무엇인지 등의 대한 정보는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심사기간이 예상을 뛰어 넘으며 길게 이어지면서 심사기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감안할 심사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경우 정부가 기업의 인수합병 승인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기준에 입각하는지 정보를 사전에 공개한다.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심사가 끝나면 결정을 내린 이유를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 일반 대중에게 모두 공개한다.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한 설명을 해 사소한 오해나 혼란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여부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그 이유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해당사자간 불신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혜시비 등과 같은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심사과정이 투명하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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