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1-10-07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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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 9곳의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해 과징금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권사 입장에서 시장조성자는 시장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의로 하는 것인데 과징금 부과는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일반적 시장질서 교란을 시장조성자에 적용할 수 있는지 다시 따져보겠다”고 대답했다.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조성자는 저유동성 종목 등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증권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다.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계약대상 종목에 상시로 매도, 매수호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시장조성 역할을 한다.
금감원은 최근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이 호가 정정을 통해 시세에 영향을 줬다며 48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사전통보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통상적 시장조성업무로 적법하게 역할을 수행했을 뿐 시장교란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발했다.
금감원은 전체 주문 횟수 대비 정정, 취소한 비율인 주문 정정·취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주목했다. 과징금 대상 증권사들의 비율이 다른 시장조성자들과 차이가 큰 만큼 시세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 원장은 “관련 법령을 보면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 취소하는 것은 시장질서 교란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호가 정정 취소 등의 과정을 통해 증권사들이 부당하게 올린 이익을 다시 추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재조정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원장은 “공매도가 정상적 상황에서 운영된다면 당연히 순기능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공매도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에 관해서는 시정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직접투자에 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정 원장은 “사실 공매도는 프로그램 트레이딩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개인이 그런 소프트웨어를 들고 하기는 어렵다”며 “외국은 개인이 공매도시장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게 관례이고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중장기적으로 개인 공매도를 간접투자 형태로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최근 강조해온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도 다시 들었다. 퍼펙트스톰이란 일반적 폭풍이 다른 기상상황과 맞물려 위력이 압도적으로 커지는 현상으로 실물과 금융이 결합한 초대형 복합위기를 말한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퍼펙트스톰이 현실화하면 신용대출에서부터 가계부채 부실 뇌관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원장은 “현재는 태풍이 크지 않지만 주변 환경요인들이 태풍의 힘을 배가해주는 과정에서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용대출이 빠듯하도록 제도를 바꿔 연소득의 2배까지 되는 신용대출한도를 소득의, 1배로 줄였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는 “실수요자를 섬세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전체 시스템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해 총량 측면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게 현 단계에서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맞교환한 자사주가 공동보유 아니냐고 묻자 “법률구조공단으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6월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각자 보유하던 5천억 원어치의 자기주식을 상호 매입하는 방식으로 미래에셋대우 지분 7.1%와 네이버 지분 1.71%를 맞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가 제3자에게 처분됨에 따라 의결권이 부활했으나 두 회사는 지분 보유 기간에 상대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용우 의원은 교환된 주식을 공동소유로 본다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기존에 보유한 네이버 주식 3.73%에 미래에셋이 넘겨받은 네이버 지분 1.71%를 더해 5.44%를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5% 이상 보유 지분에 관해 1% 이상 지분 변동이 발생하면 금감원에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지분 변동을 보고하지 않았다.
정 원장은 “이미 공동보유가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받아 운영해온 것을 두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토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광주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후속조치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으로부터 채용비리 혐의를 확정받은 뒤 우리은행과 대구은행은 부정입사자 전원 퇴직조치를 마쳤지만 광주은행에는 관련 입사자 5명가량이 재직하고 있다.
민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주은행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무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는다"고 묻자 정 원장은 “상황을 파악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대답했다.
정 원장은 “금융사들이 채용 관련 형평성을 어기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금감원이 채용과 관련해 금융사에 법적 권한을 지니고 있는 것은 거의 없지만 올바른 방향을 권고하고 유도할 수 있는지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