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선 기자 kks0801@businesspost.co.kr2021-09-29 18:04:54
확대축소
공유하기
반도체장비회사 유니셈이 유해가스를 줄이는 친환경장비 스크러버(Scrubber) 공급을 확대할 기회를 맞았다.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친환경경영을 강화하는 바람이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유니셈의 주요 고객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형균 유니셈 각자대표이사 사장.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반도체회사들이 유해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면서 유니셈이 스크러버 매출을 늘리고 고객사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유니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장비 스크러버를 공급해 왔다. 스크러버는 반도체를 제조할 때 발생하는 유해가스 등 부산물을 정화하는 장비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에 스크러버가 쓰이던 공정뿐만 아니라 스크러버가 쓰이지 않던 공정에서도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유해가스 배출량 감축 움직임이 다수의 반도체회사로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에서 유니셈의 영업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영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니셈은 현재 스크러버를 공급하고 있는 고객사 외에 추가 고객사에 납품을 위한 테스트를 받고 있다”며 “기존 고객사에 공급한 실적(레퍼런스)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사 추가 확보의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니셈은 국내 스크러버시장에서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유니셈의 자체 추산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스크러버 설치를 확대하고자 하는 반도체회사들은 다른 곳보다 유니셈을 먼저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ESG경영전략 가운데에서도 특히 환경이 화두다. 기후변화가 빨라지면서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기업을 향한 환경규제가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셈의 주요 고객사들을 살펴보면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관리자(CFO) 주관으로 올리고 기존 경영지원실 산하에서 운영해왔던 지속가능경영사무국도 최고경영자(CEO)직속 지속가능경영 추진센터로 올렸다.
SK하이닉스에선 차선용 D램개발담당이 올해 2월 ‘세미콘 코리아 2021’ 기조연설에서 “환경 보전에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관련 각 분야의 전반적 협업에 SK하이닉스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두 고객사의 반도체공정에서도 친환경기술이 지속해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가스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분해 장치의 처리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9월 영국 카본트러스트(The Carbon Trust)로부터 시스템반도체 제품 4종의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9월부터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산화물 발생량 감소 시스템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재 국내 사업장에는 시스템 적용을 마쳤고 중국 사업장에도 조만간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2021년 7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두 기업 모두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온실가스 원단위(온실가스 배출량을 경제활동 지표로 나눈 값) 절감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들이 앞으로 친환경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니셈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니셈은 고객사들의 스크러버 주문 확대에 힘입어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유니셈이 올해 연결기준 매출 2873억 원, 영업이익 485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33.6%, 영업이익은 50.6% 늘어나는 것이다.
2022년에는 매출이 3304억 원, 영업이익이 571억 원으로 실적 확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경민 연구원은 “유니셈은 반도체장비회사들 가운데 보기 드물게 고객사의 ESG 활동에 힘입어 실적 증가가 이뤄지는 회사다”며 “국내 반도체장비업종 안에서도 차별적 기업가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구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