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점식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전기차배터리 성장에 따라 급증하는 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만간 유럽과 북미 동시 진출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 대표가 유럽과 미국에 모두 생산시설을 지어 공략한다면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동박시장 점유율 1위도 노려볼 수 있다.
22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양 대표가 유럽과 미국에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생산시설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올해 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박은 얇은 구리판을 말하며 전기차배터리에 들어가는 음극재를 코팅하는데 사용되는 핵심원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유럽에서 스웨덴 배터리기업 노스볼트의 수요를 충족하고 미국에서는 삼성SDI 위주로 동박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4월 노스볼트와 2차전지용 동박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 또 일진머티리얼즈의 최대고객사 삼성SDI의 미국 공장 건설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스볼트의 스웨덴 1공장 가동시점과 규모가 2023~2024년 40GWh(기가와트시)인 점을 고려할 때 일진머티리얼즈의 유럽 동박 생산시설 규모는 2024년 2만 톤에서 시작해 2027년 6만 톤까지 확대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주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 미국 공장은 삼성SDI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에 맞춰 설립될 것이다"며 "투자규모는 유럽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에서 일진머티리얼즈가 그동안 신중하게 검토하던 미국과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는 이유는 전기차시장이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면서 전기차배터리시장의 성장속도도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이 최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2020년 310만 대에서 2030년 518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 2030년 전기차 수요 전망치 4천만 대에서 1천만 대 이상 늘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같은 기간 139GWh에서 3254GWh로 2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대표는 이런 배터리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발맞춰 투자에 속도를 높이면 세계 동박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진머티리얼즈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동박시장에서 점유율 9.7%를 차지해 2위에 올라있다. 1위는 대만 장춘(12.9%)이다.
양 대표는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신속한 증설을 위해 외부 자금유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미국과 유럽 동박공장 건설 외에도 차세대 제품인 전고체 배터리사업으로 시야를 넓히며 시장의 성장세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본업인 동박사업 외에도 2025~2027년 첫 상용화가 예상되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개발을 위한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전고체 배터리에 쓰이는 필수소재다.
일진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진출과 관련해서 많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구체적 사항이 정해지면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