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는 과거 LG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 사례를 들어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회장이 올해 안에 두 그룹 지주사의 지분 정리를 끝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이 계열분리할 당시에는 GS그룹 지주사 GS홀딩스가 8월5일 재상장한지 5일 만에 지분 정리가 시작돼 그 해 안에 모든 특수관계인의 지분 교차보유가 해소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그룹과 LX그룹의 지분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깔끔한 모양새는 아니다”며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회장이 적어도 두 사람 사이의 지분 교차보유는 올해 안에 해소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두 총수의 교차보유 지분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LG와 LX홀딩스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지분 정리가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이 많다.
교차보유 지분의 정리방식으로 우선 주식 스왑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실제로 추진되지 않는 한 두 총수가 보유한 상대 지주사 지분은 언제든지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잠재적 매도물량이기도 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광모 회장과 다른 LG그룹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 가운데 잠재 매도물량이 2580억 원가량, 구본준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의 잠재 매도물량이 7천억 원가량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주가 변동이 두 총수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득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차보유 지분의 정리이슈는 LG와 LX홀딩스의 기업가치에 분명하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슈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대주주들(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회장이 지분 교차보유 상태를 무리하게 해소하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금전적 부담을 최소화하며 풀어나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LG그룹과 GS그룹의 계열분리는 구씨와 허씨 두 경영자 가문이 갈라서는 분리였던 만큼 깔끔한 정리가 필요했지만 LG그룹과 LX그룹의 계열분리는 구씨 가문 내에서 삼촌 구본준 회장과 조카 구광모 회장이 동행관계를 지속하는 점을 전제로 한 분리인 만큼 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LX그룹 계열사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은 전체 매출의 69%를 LG디스플레이에,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47%를 LG전자에 의존했다. LG그룹과 LX그룹이 별개의 기업집단으로 나뉘더라도 두 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자본의 개입이나 대량 매물 출회(오버행)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분 교차보유를 급하게 해소하고자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삼촌과 조카의 관계를 의심하는 시선을 부를 수도 있다.
두 그룹 관계자들도 지분 관계와 상관없이 LG그룹과 LX그룹의 경영권이 완전히 분리된 만큼 현재로서는 급하게 지분 교차보유 문제에 접근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