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전 검찰종장과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지지도가 오른 만큼 심해진 당내 검증과 견제가 가파른 상승세를 누르는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17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열린 대선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홍 의원이 토론강자로서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8명의 후보가 한 번에 모두 나온 데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진행 방식 때문에 특별히 돋보인 후보도 없었고 손실을 본 후보도 없었다는 관전평이 많다. 이 때문인지 홍 의원은 토론에 강하다는 강점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홍 의원도 16일 토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통쾌하고 시원한 예전 같은 공격적 토론을 하고 싶었지만 후보자가 8명이나 되고 당내 경선이라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며 “많이 자제하고 토론했다”고 적었다.
그는 “4강 토론 때는 본색을 보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이 다소 아쉬웠다고 스스로 평가한 셈이다.
홍 의원의 최대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에 관한 답변이 모호하고 어설픈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TV토론에 처음 참여한 것 치고는 차분한 태도로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의원이 여러 차례 윤 전 총장을 공격했지만 윤 전 총장은 크게 빈 틈을 보이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주도권 토론 때 질문 대상으로 홍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 부담스러운 경쟁 상대를 회피하며 아예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았다.
홍 의원에게도 많은 공격이 쏟아졌다. 과거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막말 논란, 말 바꾸기 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하태경 의원으로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썸타고 있느냐’는 공격을 받으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리기도 했다. 과거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의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놓고 과잉수사라고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홍 의원은 TV토론에서 “모든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 우리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다른 편이라도 잘한 건 칭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의원의 발언은 야권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야권 내에서 조 전 장관에 관한 적대감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들은 홍 의원의 지지도 급상승에 따른 것으로 윤 전 총장에게 집중됐던 당내 견제와 공격이 상당 부분 홍 의원 쪽으로 옮겨가는 것은 그만큼 당내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앞서 홍 의원 측 인사가 윤 전 총장 고발청부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가 만난 자리에 있었다는 의혹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의원이 경선에서 윤 전 총장과 양강구도를 형성하자 그 기세를 꺾으려는 시도도 한 층 강화된 것이다.
홍 의원은 최근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로 ‘무야홍’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무야홍은 ‘무조건 야당 대통령후보는
홍준표’란 뜻이다.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처음 나와 젊은 세대에서 유행했던 ‘무야호’란 말에서 파생됐다.
홍 의원은 앞서 TV토론회에서도 “나는 무야홍이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홍 의원도 이제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다. 다른 후보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유력 주자다. 매서운 공격과 견제를 견뎌야 하는 본격 검증의 시간에 들어간 셈이다.
홍 의원의 과거 막말 논란이나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 등이 다시 부각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자칫 무야홍의 기세가 꺾이고 모처럼 끌어 올린 지지도를 반납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홍 의원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며 무야홍의 기세가 쉽사리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의원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시 야권의 양강 대선주자로 떠오를 만큼 저력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탄핵사태의 위기 속에서 치러진 제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2위 득표를 했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제1야당 위상을 지킨 것도 홍 의원의 공이라 할 수 있다.
홍 의원은 제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결국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 선거구에서 당선됐고 1년여의 무소속 기간을 거친 뒤 복당해 지금에 이르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