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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가 에어부산 상장을 추진하는 까닭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6-13 14: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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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가 에어부산 상장을 추진하는 까닭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시아나항공의 저가항공(LCC)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상장을 추진한다. 증권가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신규 저가항공사업을 위해 자금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이 내년 3월초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은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과 지난 9일 서울에서 만나 에어부산 상장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부산지역 상공인 대표이자 에어부산의 주주로 박 회장을 설득해 에어부산을 탄생시킨 인물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에어부산 지분 4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56%는 부산시와 세운철강, 동일홀딩스, 부산롯데호텔 등 부산지역 15개 기관과 회사가 나눠서 갖고 있다.


에어부산의 한 관계자는 “아직 상장 시점이나 방식, 주관사 등 구체적 부분은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에게 상장에 관한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부산을 거점으로 한 저가항공사로 2008년 출범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이익 을 기록하며 상장요건을 갖췄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매출 2779억 원에 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에어부산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5년 연속 영업이익을 기대하지만 최근 에어아시아와 피치항공 등 외국계 저가항공사들이 잇따라 국내진출을 추진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를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에어부산 주주들도 투자이익을 회수해야 한다며 대체로 상장을 원하는 분위기다. 몇몇 주주들은 부산시민에게 에어부산 성장의 과실을 돌려주기 위해 ‘시민주’ 공모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부산 상장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아시아나그룹의 한 관계자는 “부산지역 주주들의 투자이익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에어부산 상장을 특별히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하고 있는 ‘제2저가항공사 설립’을 위해 에어부산을 상장시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은 신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저가항공사 설립 계획을 밝히며 에어부산 주주들이 여기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 ‘경영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김포와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새로운 저가항공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에어부산이 있지만 부산을 기점으로 하다 보니 국제선 추가 등 노선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전일본공수(ANA) 등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여러 개의 저가항공사를 거느리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를 개선하려면 노선 합리화와 적자노선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저가항공사를 세워 비용을 줄이는 한편 아시아나항공 실적악화의 주된 원인인 국내외 저가항공사들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박 회장의 저가항공사 설립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유지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0일 보고서에서 “에어부산은 그동안 인천발 단거리 저가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제2의 저비용항공사 설립으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정상화 계획에 따라 2009년부터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상태인 만큼 신규 항공사 설립은 쉽지 않다. 채권단 동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당장 올해 안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 졸업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재무적 부담이 너무 크다.


신규 저가항공사 설립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에어부산 상장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투자업계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상장 후 관계를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에어부산 주주들이 저가항공사 설립을 반대하고 있어 박 회장이 이들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관건이다. 에어부산 주주들과 부산지역 상공인들은 새로운 저가항공사가 출범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원에 소홀해질 것으로 우려한다. 또 기존 에어부산과 취항지역이 겹쳐 고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어부산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에서 에어부산 노선과 겹치지 않게 만들겠다고 밝힌 상태”라며 “새로운 저가항공사가 설립돼도 아시아나항공과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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