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 시장은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향한 파이시티 발언 관련 선거법 위반 수사를 놓고 “청와대 하명에 따른 기획 공안수사가 의심된다”며 “민선 서울시장으로서 이같은 불법수사를 결코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불법수사 관여자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기자회견은 파이시티 관련 발언으로 8월31일 서울시청 별관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압박을 받은 데 따른 대응이다.
야권에서는 오 시장을 향한 파이시티 발언 관련 수사는 오 시장이 유튜브채널 ‘오세훈TV’를 통해 박원순 전 시장의 사회주택 등 정책을 문제 삼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날린 데 따른 보복수사라고 주장한다.
오 시장의 사회주택 관련 유튜브 영상이 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서울시의회를 자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3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문에서 오 시장은 이경선 민주당 시의원 등과 오세훈TV 동영상과 관련해 갈등을 벌이다 퇴장하면서 시정질문 진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오 시장은 다시 시의회에 들어선 뒤 “시의원님들만 천만 시민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저 역시 천만 시민의 지지를 받아 선택된 민선시장임을 존중해 달라”고 발언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정치적 문제는 물론 주요 시정과 관련해서도 위기에 몰려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서울교통공사가 각각 오랜 수장 부재, 파업 임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인선은 오 시장이 지지하던 김헌동 전 사장 후보자가 임원추천위원회 단계에서 탈락하면서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 사이 또 다른 갈등지점이 됐다.
오 시장이 2일 열린 시정질문 과정에서 “김 전 후보자에게 사장 지원을 제안했다”고 인정하자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사전에 내정을 한 것”이라며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오 시장에게 서울시의회와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당장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인선을 비롯한 주택정책 추진은 물론 내년도 서울시 예산 편성 등 서울시의회와 긴밀히 협력해야 할 시정 안건이 많기 때문이다.
오 시장에게 서울시장으로서 성과를 보여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지만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게다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야의 정치적 공방은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관계로 연계되면서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야권에서 언젠가 대선에 나올 수 있는 ‘잠룡’으로 꼽히고 있지만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 나와 패배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서울시장으로서 결말이 좋지 않다면 차차기 대통렬선거 도전과 같은 다음 정치행보는 꿈꾸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시의회와 관계, 서울시장으로서 결말이 앞으로 정치 행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오 시장이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2011년에 서울시의회와 시예산 편성과 관련해 ‘무상급식 조례안’을 놓고 갈등을 벌인 끝에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하지만 주민투표 결과는 오 시장의 패배였고 오 시장은 주민투표 이틀 뒤인 2011년 8월26일 서울시장에서 물러났다.
오 시장을 만류하던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오 시장의 사퇴에 “오세훈은 오늘로 끝난 거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을 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후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까지 10년 동안 두 차례 총선,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 등에서 계속 패배하는 등 한동안 정치권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