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수자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대우건설 노조는 18일 2021년 임금교섭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중흥그룹으로 매각 반대를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으로서는 대우건설 임직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임금교섭 합의서 체결로 합법적 쟁의권이 소멸돼 총파업을 안하게 된 것이다”며 “매각 관련 투쟁 기조는 그대로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인수 뒤 협상 과정에서 대우건설 임직원의 마음을 얻으면서도 중흥그룹 임직원들의 불만도 나오지 않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약 두 달 동안 진행될 실사를 마칠 무렵 인수 뒤 통합관리(PMI)를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대우건설 직원들 40여 명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쟁사보다 낮은 임금으로 불만이 쌓였는데 대형건설사 대우건설이 중견건설사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됨에 따라 중견건설사 눈높이에 맞는 임금이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자존심 등을 이유로 떠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퇴직자에는 일부 명예퇴직자도 포함이 됐지만 주로 대리와 사원급 직원들의 퇴사가 줄을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 직원들이 퇴사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대우건설 노조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사와 임금격차를 줄이고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이직을 막기 위해 직급별 임금 인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2020년 평균연봉은 8200만 원으로 다른 1군 건설사들과 비교해 10~2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 8100만 원이었는데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노조에서는 이번 임금협상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임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해 임금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으로서는 새 식구가 될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연봉인상 카드를 꺼내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중흥건설의 2020년 평균연봉은 7051만원, 중흥토건은 6130만원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임금이 오르기 전에도 1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물론 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은 회사의 규모나 업무내용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임금을 비교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외부회사일 때와 한 그룹 안의 계열사로 같은 건설업을 하게 될 때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새 식구 사기진작에만 공을 들일 수 없고 동시에 기존 식구들도 챙겨봐야 하는 셈이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같은 건설업이라 하더라도 비용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한 번에 임금 수준 등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아직 회사 내부에 불만이 있거나 동요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건설 매수자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아직 관련 내용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현재로서는 합병계획도 없고 내년 초나 돼야 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것으로 보여 인수 뒤 통합 등 사안에 관해 장기적으로 대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번 임금교섭을 통해 기본연봉 평균 6.9% 인상, 페이밴드(Pay-band) 하한값 평균 4.9% 인상조건을 확보했다.
페이밴드는 연봉에 따라 구간을 나누고 등급별로 연봉을 지급하는 제도로 일정 직급에서 특정 기간에 승진하지 못하면 호봉 상승이 제한되는 제도다.
이번 인상폭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나 모기업인 KDB산업은행이 모두 공공기관의 특성으로 높은 임금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돼 적은 수치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우건설 노조는 특히 페이밴드 하한값을 인상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