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산업 레미콘공장. <서울시> |
삼표산업이 서울 태릉CC 신규택지에 레미콘을 공급해 수혜를 볼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에서 8·4대책 일환으로 신규택지 조성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레미콘 공급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15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삼표산업의 성수동 공장 철거를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4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2020년 8·4대책에 이어 2021년 2·4대책의 핵심 택지조성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국토부는 태릉CC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은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해 현재 상당부분 사업절차가 진척됐다고 밝혔다.
이에 삼표산업이 레미콘 공급을 통해 실적 증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삼표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삼표시멘트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하기도 했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제, 혼화재 등의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건설자재로 공사현장까지 운반되는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말한다.
레미콘은 공장에서 출고된 뒤 90분이 지나면 레미콘 믹서트럭에 실려 있더라도 굳기 시작해 건설자재로 쓸 수 없다.
삼표산업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레미콘공장과 태릉CC는 차로 15분 안팎 거리에 있어 태릉CC가 개발되기 시작하면 레미콘을 적시에 공급하고 레미콘을 제조하는 삼표산업과 레미콘 원재료인 시멘트를 생산하는 삼표시멘트가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태릉CC에 주택을 지으면 작은 신도시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건설업계에선 부지규모가 82만5000㎡인 골프장만 개발한다고 고려했을 때 용적률 200%를 적용하면 1만~1만2천 세대를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적률을 더 높이거나 바로 옆 육군사관학교 부지 149만6979㎡를 확보하면 2만 세대 공급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가 8월3일까지 5차례에 걸쳐 52곳, 7만1천 세대 공급을 할 수 있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를 발표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규모가 상당히 큰 셈이다.
삼표산업 성수동 레미콘공장은 2만1076㎡ 규모로 서울시내 공사현장으로 가장 빨리 레미콘을 운반할 수 있는 공장이다. 하루 최대 레미콘 생산량은 7000㎥로 국내 최대규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공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서울 주택공급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건설자재인 레미콘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성수동 공장의 이전시점을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정대로 공장철거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앞서 서울시와 삼표산업, 현대제철은 2017년 10월에 공장을 2022년 6월까지 옮기기로 합의했다. 이 공장이 아파트단지, 학교, 공원 등과 인접해 있으면서 소음, 미세먼지, 도로파손 등을 계속 일으키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곳을 서울숲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서울시는 관계자는 “삼표산업 성수동 레미콘공장은 40년 넘게 운영되며 서울 개발시대를 이끌었지만 소음과 교통체증,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주민 민원이 증가하면서 공장철거에 관한 주민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정대로 철거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5년이란 기간을 줬는데 이제 와서 못나가겠다고 하면 지역주민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삼표산업은 아직까지 성수동 공장의 역할을 대신할 부지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시를 포함해 하남시, 성남시, 의왕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를 거쳤지만 레미콘공장을 받아들이려는 곳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동, 소음, 분진 등을 발생시키는 레미콘공장이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표산업이 찾는 새 부지는 서울시내 공사현장에 대략 1시간 안에는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경쟁사에게 물량을 뺏길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유진기업은 태릉CC에서 차로 각각 25분, 15분 거리에 있는 서서울 공장과 동서울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서서울 공장은 유진기업의 최대 레미콘공장으로 시간당 840㎥ 규모의 레미콘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성수동 레미콘공장 이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사항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